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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골프 대회(PGA Tournament)는 대개 4라운드 72홀로 진행된다. 그중 3일차에 진행되는 3라운드를 ‘무빙 데이(Moving Day)’, 즉 이삿날이라고 부르는데 그날 컷오프를 통과한 선수들이 우승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느라 리더보드의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을 이사하는 날로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프로선수들은 컷오프 통과를 위해 1, 2라운드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전략을 세우고 실수를 하지 않는 플레이에 집중한다. 그러나 무빙 데이에는 우승을 향한 열망을 드러내고 도전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안전한 플레이로는 우승을 넘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기어 변속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100대 상장기업의 임직원 중 임원의 비율은 2021년 기준 0.76%이다. 기업에서 임원이 된다는 것은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컷오프를 통과한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 상사의 지시와 잘 준비된 전략을 절차에 따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유지해야 임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원이 되면 지시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Do things right)을 넘어야 한다. 누구의 지시가 없어도 스스로 조직의 미래를 향한 더 담대하고 창의적인 일을 찾아 해내는 역량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Do the right thing), 임원이 되면 무빙 데이에 진입한 것과 같고 이때 필요한 것은 역시 기어 변속이다.


이때 필요한 기어 변속은 어떤 의미일까? 한두 사람의 의지나 역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구성원들이 모두 최선을 다하고 싶어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선수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골프와 달리 조직은 팀원들이 만들어내는 팀 성과가 임원의 역량이다.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모았다고 팀의 성과가 반드시 최고가 되지 않는다. 엄격한 절차를 거쳐 뽑은 우수한 인재들이 모였지만 성과가 임원의 개인 역량 수준을 넘지 못한다면 조직에서 임원의 미래는 어둡다. 우승권에서 멀어진다. 조직은 리더가 팀을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끌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조직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한다. 미래를 예측하고 세운 전략은 쉽게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리더의 통제와 관리는 종종 한계에 부딪친다. 팀의 성과는 구성원들이 업무의 최전선에서 발휘하는 개인의 판단과 태도에 의존하기에 직원들이 임원을 신뢰하고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학습에 투자하며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염두에 둬야 할 건 무빙 데이는 4라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지금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더라도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무빙 데이는 마지막 라운드를 위해 그야말로 교두보를 구축하는 날일 뿐이다. 프로 골프 선수이든 조직의 임원이든 또는 인생의 2 막을 준비하고 있는 퇴직 임원이든 아직 마지막 승부를 펼칠 라운드가 남아 있다. 나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자신의 게임 플랜(game plan)에 집중하며 적절한 기어 변속을 시도한다면 우승컵이 보일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 오늘이 의미 있는 무빙 데이가 되기를 응원한다. 다시 기어 변속을 해보자.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ongkim1230@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