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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일 무서운 사람은? 당신은 누가 먼저 떠오르는가. 어느 CEO는 식사 모임에서 이 질문에 “배우자”라고 답해 모두 박장대소했었다. 내가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족탈불급(足脫不及)의 뛰어난 경쟁자, 늘 운이 따르는 사람, 학창 시절의 어두운 추억... 제각각 여러 사람이 떠오를 것이다. 내게 ‘세상에서 무서운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을 이긴다면 세상에서 무서울 것도, 어려울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내 몸인데도 내 마음대로, 내가 세운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고 뻗대고 대항해 힘든 경우가 많다. 내가 나를 제일 어렵고 지치게 한다.


극기복례(克己復禮), 자기를 극복하고 예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수제자 안연이 인(仁)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가 해준 답이다. 스승은 제자의 진지한 질문에 이어 실천강령을 설명한다. “하루라도 사적 욕망을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면 천하가 어질어질 것이다. 인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서 시작하는 것이지, 어찌 남에게서 시작되는 것이겠는가?” 구체적 실천항목에 대해서도 일러준다.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말라“(顔淵問仁, 子曰 "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由己, 而由人乎哉?" 顔淵曰 "請問其目." 子曰: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논어-안연 편)


여기서 예(禮)란 외면의 격식, 의전의 의미보다는 자기 절제다. 수묵화처럼 담백한 사제 간 문답 장면이 그려지지 않는가. 이 대목은 체로키 인디언 설화 속 ‘두 늑대 이야기’를 연상케 한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 안에선 싸움이 벌어지고 있단다. 두 늑대가 싸우는 끔찍한 싸움이지. 한 놈은 악이야. 화, 질투, 슬픔, 후회, 억울함, 열등감, 우월감을 가진 자아이지. 다른 놈은 선인데 그놈은 기쁨, 평화, 사랑, 겸손, 친절, 자비, 믿음을 가졌지. 똑같은 싸움이 네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어. 그리고 모든 사람의 안에서 그 싸움은 끊이지 않지.”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라는 손자의 질문에 할아버지는 “네가 먹이를 주는 쪽”이라고 답한다. 일상의 습관이 일생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이 말은 극기복례, 4물(勿-視聽言動.)과 통한다. 코칭에서는 부정적 감정을 사보투어(saboteur), 긍정적 감정을 캡틴(captain)이라 표현한다. 매일 사보투어를 누르고 캡틴이 승리하도록 하는 ‘나의 투쟁’이 나를 만든다.


혹자는 ‘돈 전(錢)’자를 이렇게 풀이한다. 돈(金)을 벌려면 내면 자아의 창(戈)과 외면 자아의 창(戈)이 쉼 없이 쟁쟁 부딪혀야 얻어지는 것이라고. 돈이든, 조직의 변화든 습관, 내면의 부정적 자아를 이기기 위한 나의 투쟁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통한다.


지금 나는 캡틴과 사보투어 두 마리 늑대 중 어떤 늑대에게 밥을 주고 있는가. 세상을 바꾸느라, 나를 바꿀 극기복례는 돌아볼 겨를이 없는 것은 아닌가. 조직혁신은 높은 깃발과 멋진 구호가 아니라 리더 스스로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나를 이기면 세상에 못할 게 없다. 일상의 습관이 일생을 만든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blizzard88@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