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부임한 리더, 원맨쇼 하면 저항만 생긴다 (조선경제 2013년 1월 10일)
지난 연말 기업 인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대선(大選)도 있었기 때문에 올 연초에 새로운 리더를 맞이하는 조직이 어느 해보다 많을 것이다. 새 리더가 조직에 안착하고 성과를 내려면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연말 인사에서 어느 기업에 새로 영입된 한 CEO는 성격이 급하고 추진력이 강한 사람으로, 기존 인력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직원들이 나태하고 무사안일에 빠져 있으며 변화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다고 하면서, 그에 굴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지휘하며 분투하는 중이라고 했다. 어느 조직이나 새로운 리더가 와서 보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데, 아직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원들이 수동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소극적인 저항으로 느낄 수 있다.
코치로서 그에게 물었다. “그 기업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며 구성원들이 어떻게 바뀌길 원합니까?” “이를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접근하겠습니까?” 그때까지 호기 있게 말하던 CEO는 잠시 침묵하더니 “사실은 눈에 보이는 하나하나가 맘에 안 들어 닥치는 대로 지시를 하고 있던 중”이라며 “생각해 보니 이렇게 마구잡이식으로 지적만 할 게 아니라 큰 그림을 그리고 나서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새 리더의 일방 지시는 저항감 불러
직원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새로 온 상관이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것 바꿔라, 저것 바꿔라”고 지시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을까? 의욕이 생기기보다는 마치 새 상사가 자기 취향에 맞게 뜯어고치려는 듯해서 저항감과 좌절감을 느끼기 쉽다.
공공기관장이 된 어느 리더도 마찬가지였다. 취임 1년이 지나도록 구성원들이 복지부동하고 기득권에 안주하려 해서 혁신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다고 구성원들을 비판하고 있었다. 그 기관장에게 ‘직원 입장에선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인식하겠는가?’를 성찰하도록 권유해 보니 “리더 혼자 원맨쇼 하는 걸로 보일 수 있겠네요”라고 한다. 과거의 관행을 싸잡아서 구악(舊惡)으로 취급하면, 그 일부였던 구성원들의 사기는 저하될 수밖에 없고, 더욱 상황을 고착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걸 리더는 깨달아야 한다.
제주에 한 특급 호텔을 개장했던 CEO의 회고다. 처음 부임해서 직원들에게 목표를 물어보았더니 ‘객실 점유율 68%’를 얘기했는데, 그 이유를 알아보니 주변 호텔이 그 정도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직원들과 함께 속리산으로 수련회를 갔다. “속세의 생각을 벗기 위해 속리산으로 가자”고 하면서. 거기서 그는 살아온 인생 스토리를 서로 나누고 직원들의 어려움을 듣고 공감하며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그러면서 직원들과 일체감을 형성해 나갔다. 일등 호텔의 꿈을 함께 꾸는 사기충천의 분위기가 조성되자 직원들은 목표를 스스로 ‘95%’로 올렸고1년 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변화 위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
새 리더가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리더의 지위를 얻었다고 해서 도덕적 권위까지 거저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신임 리더 초기에 또 하나의 위험한 접근법은 영웅적인 리더관, 즉 ‘내가 왔으니 모든 걸 해결해 주겠다’는 자세다. 오늘날 조직이 직면한 도전들, 특히 정치적 과제들은 개인의 탁월한 아이디어나 권한으로 일거에 해결하기가 어려운 것들이다.
문제가 분명하게 정의되고 해법도 나와 있는 이슈들이 있는 반면, 문제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해결을 위해서는 구성원의 가치관이나 의식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는 이슈들이 있다. 하버드대 하이페츠 교수는 이런 어려운 이슈를 ‘적응적 과제’라고 이름 붙였다. 적응적 과제의 경우 상황 인식과 서로의 시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구성원 사이에 토론이나 학습이 있어야 하며, 해결책을 제시하기까지는 시간과 자율적인 환경이 필요하다고 하이페츠 교수는 조언했다.
◇새 리더에겐 조정과 통합 역량이 중요
케네디 사망 이후 미국을 이끈 존슨 대통령은 흑인에게 투표권 등 공민권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는 흑인 공민권 부여에 대한 신념과 의지가 강했지만, 시기상조라는 반대 세력의 저항이 컸고 국민들도 평등한 공민권의 개념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흑인 공민권 부여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로 성숙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마틴 루서 킹 목사 등 흑인 인권운동가들이 이끄는 시위가 격화되자 그는 인권운동가들에게 워싱턴에 와서 상원을 설득하도록 요청하는 한편, 폭력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일방적으로 연방정부의 군을 투입하기보다는 주지사가 먼저 요청할 때까지 유보하고 기다렸다. 또한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게 둠으로써 전국적인 이슈가 되도록 했다. 영웅적인 자세를 보인 게 아니라, 이해당사자들과 소통을 하면서 국민들이 새로운 의식과 관점을 학습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적응적 과제를 훌륭히 다룬 것이다.
내가 해결해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혹은 나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며,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고 전문화되는 상황에서 새 리더들에게는 무엇보다 조정과 통합의 역량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조직의 일체감을 형성하고 한 방향으로 정렬한다면, 손자병법 모공편(謨攻編)에 나오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慾者勝)’, 즉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같은 목표를 가지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이 될 것이다.
<새 리더의 안착 위한 포인트>
자신감 있어야 하지만
경청하고 파악부터?
핵심 팔로어 만들어야
새로 부임한 리더가 초기에 제대로 안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다섯 가지 핵심 포인트가 있다.
첫째, 자신감을 가져라. 놀랍게도 많은 리더는 자신이 과대 평가되어 승진했을 수 있다는 불안감과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이 때문에 남들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눈치를 보느라 에너지를 낭비한다. 당신은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승진했고 조직에 부임한 것이다. 이제는 최선을 다해 역할을 다하면 된다.
둘째, 경청하고 파악하라. 새로 부임해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용기있게 묻고 경청하며 빠르게 파악하라. 전문가라 하더라도 초심자처럼 호기심을 가질 때 더 잘 배우며, 그것이 뒤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 특히 상사나 부하직원, 고객 등 핵심 이해당사자들의 기대 사항을 분명히 파악하고 정의를 내려야 한다.
셋째, 낭만적 리더십을 경계하라. 성과 요인을 지나치게 리더십에 돌리는 현상, 또는 구성원들이 리더에게 낭만적인 기대를 하는 것을 리더십의 낭만화라고 한다. 이런 관점은 현대 조직에 맞지 않는다. 모든 걸 해결해 주겠다는 영웅적 관점은 오히려 조직의 잠재력을 잠재워버린다. 조직이 직면한 도전이 해결하기 힘든 과제라면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을 이끌어 내고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촉진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넷째, 핵심 팀을 구축하라. 성과는 혼자서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초기에 핵심적인 팔로어(따르는 사람)들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리더를 진짜 리더로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팔로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과는 수직적이고 형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공감하고, 어느 정도는 수평적이고 동지적인 관점에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다섯째, 초기에 신뢰를 형성하라. 신뢰가 없는 조직에서 위대한 결과는 나올 수 없다. 리더십의 대가인 스티븐 코비는 리더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해야 할 일로 다음 몇 가지를 꼽았다. 솔직하게 말하라. 상대방을 존중하라. 투명하게 행동하라. 잘못은 즉시 시정하라. 먼저 들어라.약속을 지켜라. 책임 있게 행동하라. 성과를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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