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일자 '인터비즈(Inter Biz)'에 실린 고현숙 코칭경영원 대표코치의 아티클, "획일적 코칭이 아닌, 상황 맞춤형 코칭을"를 소개합니다. 이 아티클에서는 '상황적 리더십 이론'과 코칭의 관계를 밝힙니다. 또한 다양한 '상황요인'에 따른 코칭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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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적 리더십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어디서나 잘 통하는 효과적인 리더십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맞는 리더십이 효과적이라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근속기간이 긴 박사급 인력들로 이루어진 연구소에서 잘 통했던 리더십이 젊은 아르바이트생이 대다수인 외식업체에서도 통할까? 물론‘신뢰' 같은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리더십 덕목들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요소도 분명 존재한다.
우선 전문가 집단을 이끄는 리더는 모든 일에 세세히 관여하며 컨트롤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성장 기회를 주는 것이 동기부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말하자면 조직에 대한 충성도보다 '전공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레퍼런스는 조직 밖에 있다. 이들은 ‘내 동기가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 학회에서 어떤 발표를 하는지, 조직에서 어떤 수준의 대우를 받는지’에 민감하다. 이들이 조직을 위해 일하게 하려면 간섭과 통제가 아니라 조직의 목표를 공유하고 우선순위를 조율하는 조정자 역할을 잘 해내는 게 중요하다.
알바 인력으로 이루어진 근속기간이 짧은 조직의 리더십은 다르다. 소속감을 갖게 해주고 개별적으로 신경쓰고 챙겨주면서 사기를 높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감성적인 접근을 해야 효과적일 때도 있다. 잘 관찰하며 가르치고, 배려해주는 리더십이 잘 작동한다.
이렇게 구성원의 속성이 다르면 리더십도 달라져야 하는데, 이런 것이 바로 '상황요인'이다. 구성원의 속성 외에도 상황요인은 다양하다. 리더에 대한 호의의 정도, 즉 리더가 신뢰를 받고 있고 적절한 권한을 갖고 있는지 혹은 신뢰를 구축하지 못하고 재량권이 없는지에 따라서도 리더십의 접근법은 달라진다. 그런가 하면 과업이 얼마나 구조화되어 있는지도 중요한 상황요인이다. 완전히 구조화되어 매뉴얼대로 하면 되는 업무인지, 재량이 많은 업무인지에 따라서 다르고, 조직의 특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대기업처럼 체계화되고 영역이 분명한 조직에서 통하는 리더십과 구성원들이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작은 스타트업에 적합한 리더십이 다르다. 한마디로 만병통치약 같은 리더십은 없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상황 맞춤형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코칭 역시 마찬가지다.
수재들을 이끌어야 할 때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부하직원이라면 어떨까? 제일 주의해야 할 것은 그들과 경쟁하려 들거나 자신보다 뛰어난 점을 억지로 누르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에고를 통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나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보면 질시하는 인간 본성을 통제해야 한다.[중략] 첫째, 그들과 경쟁하려 들지 말것, 둘째, 쓸데 없이 관여해서 창의성을 가로막지 말라는 것, 셋째, 입 다물고 경청하라는 것, 넷째 최대한 투명성을 보이라는 것, 다섯째 투입 대비 산출을 따지는 화학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연금술을 추구하는 것, 마지막으로 위계가 없는 조직으로 운영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는 것 등이다. 실제로 그는 많은 인재들을 IAS로 초대해 교류하게 했는데, 그 중에는 최초의 컴퓨터를 만든 폰 노이만도 있었다. 유대인이든 여성이든 배경과 성별 상관없이 최고의 팀을 꾸리고 연구를 촉진했다. 그 결과 IAS는 33명의 노벨상 수상자, 38명의 필즈상(최고의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적 진보를 이룩한 것이다. 플레스너는 스스로 "나는 천재가 아니다"라고 되새김을 하면서 에고를 컨트롤했다고 얘기했다. 수재급의 인재들을 리드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될 지침이다.
고성과자들을 코칭할 때
수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직에 일을 아주 잘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리드하고 코칭할 때는 무엇이 중요할까? [중략]그들이 잘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책임과 권한을 더 주어야 한다. 그들이 꼭 필요한 존재임을 알려주고 더 잘하도록 동기부여 해주어야 한다. 앞으로의 성장에 관심을 가져주고 역량을 개발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뛰어난 직원일수록 충분히 인정해주고, 앞으로의 성장을 함께 고민해줄 때 윈-윈의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저성과자들을 코칭할 때
조직에 항상 고성과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성과자들도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동기가 떨어져 있고 몰입도도 낮다.[중략] 이 역시 정확한 처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일과 사람을 분리해 접근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즉 성과가 낮다고 사람을 바보 취급하거나 무능력자로 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고충도 들어줘야 한다. 그렇다고 좋은 게 좋다는 식은 안 된다. 분명한 성과 목표를 반복적으로 얘기해주고, 고쳐야 할 점은 건설적으로 제안해 줄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런 조언과 제안에 따르느냐는 그 사람의 선택임을,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도 그 사람의 몫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코칭 리더십은 사람공부
마지막으로 필자가 국내 한 기업에서 경험한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성과 부진자들이 회사 내에서 별로 유망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사양 제품군을 영업하는 조직에 배치돼 있었다.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그 조직에 배치된 것 자체가 앞으로 희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런 똑같은 조직에 A팀과 B팀이 있었다. A팀은 출근해도 서로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다. 부끄럽기 때문이다. 냉랭하고 자조적인 분위기가 지배했다. 반면에, B팀은 좀 달랐다. 똑같이 성과 부진자들이었지만 서로를 챙기는 분위기였다. 외근 갔다 오는 동료를 기다렸다가 같이 식사를 가고, 경조사가 있으면 식구들처럼 챙겼다. 마치 조직에서 아무도 안 챙겨주는 우리를 챙겨줄 사람은 우리들밖에 없다는 식의 동류 의식을 가진 팀이었다. 왜 그런 분위기가 형성됐을까? 그 팀의 리더는 이른바 ‘형님 리더십’으로 개개인을 알뜰히 챙기고, 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A팀과 B팀은 비슷한 조건에 있었지만 그렇게 분위기가 달랐다. 팀 형성 후 1년쯤 지나 조직에 과업이 떨어졌을 때, B팀은 똘똘 뭉쳐서 뭔가를 보여줬다. 개인 차원이 아니라 팀 차원의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필자는 리더십과 코칭도 결국은 사람에 대한 공부라는 걸 깨닫게 됐다. 성숙한 리더, 훌륭한 코치일수록 타인을 일방적으로 재단하지 않고 존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필자 고현숙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코칭경영원 대표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