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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조직에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2006년 미군 기동부대의 지휘관이었던 스탠리 맥크리스털 장군은 이슬람 무장단체 이라크 알 카에다(AQI)와의 전투에서 깊은 고민을 했다. 알 카에다는 제대로 훈련 받지 못했고 시각이 독단적이고 극단적인 집단이었다. 물자도 부족했다. 그에 비해 미군 기동부대는 최첨단 장비에, 고도의 육체적 정신적 훈련을 받은 최정예였으며, 정보수집능력은 세계 최고였다. 하지만 “왜 미군은 저 빈약한 저항세력을 물리치지 못하는가? 왜 지고 있는가?” 이게 그의 고민이었다.

21세기에 강점이 되는 것과 약점이 되는 것들
AQI를 성공적으로 만들고 미군 최정예부대를 고전하게 만든 요인은 실은 21세기의 환경이었다. 세상은 점점 더 연결되고 더 빠르며, 상호 의존성이 증가한다. AQI는 온라인으로 폭탄제조법을 알려주고 전세계에서 인원을 모집하며 선전한다. 상호연계성과 즉시 정보전송력을 갖추었다. 그들은 계층화 되지 않고 분산된 네트워크라서, 한 조직이 파괴되면 다른 조직이 행동에 나서는 식이어서 좀처럼 근절되지 않았다.
미군은 이와 정반대로 위계와 역할 구분이 분명했다. 정보는 엄격히 통제되었으며 아군이라도 타 부대와 접촉 시 보안 절차가 요구되었다. 한 부대가 테러집단을 섬멸하면, 거기서 나온 정보를 공유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테러집단은 인터넷으로 즉시 소식을 공유하며 다음 행보를 취했다. AQI는 조직원들에게 기술뿐 아니라 의사결정권한까지 위임한 데 반해 미군은 그렇지 않았다. 효율적인 관리를 보장했던 깔끔하고 논리적인 MC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식 역할분담, 사일로의 벽과 계층구조가 강력히 작용하고 있었다. 사일로가 심해지면 충성의 기본단위인 분대/팀으로서는 뭉치면서 우월감을 갖는 반면 다른 부대/팀을 바보 취급하는 이상한 문화가 생겨났다.

이기는 조직이 되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이런 경험을 통해 스탠리 맥크리스털 장군은 교훈을 정리해서 책 <팀오브 팀즈>를 썼다. 그는 군대에서의 경험이 현대의 조직운영에도 많은 시사점이 있다면서, 현대 환경에서 이기는 조직을 만드는 핵심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강력한 목적의식의 공유, 둘째,위에서 아래까지 투명한 정보 공유, 셋째, 권한의 위임이다.
복잡한 환경에서 구성원들은 모두 조직의 상황과 중요한 목적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각자의 업무가 전략적 목적에 맞는지 이해해야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팀을 넘어서 다른 팀을 경쟁상대가 아니라 친한 얼굴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사일로를 넘어서서, 상호의존적인 환경에서 자기 업무의 결과가 어떻게 나비효과처럼 다른 부문에 파문을 일으키는지 이해해야 하고, 다른 팀에게도 그 파문을 인식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직이 이렇게 나가려면 리더도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영웅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려는 유혹에서 벗어나고 미세관리에 대한 욕구를 억제해야 한다. “어떤 것이든 전체 목표에 도움이 되면, 부도덕하거나 불법이 아닌 한 그것을 할 수 있다.”는 자세로 과감히 권한위임을 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언뜻 보기에는 리더의 역할이 더는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유의식 및 권한 위임을 실행하는 조직문화를 이끌어간다는 면에서 어느 때보다 리더십이 더 중요해진다. 강력한 목적의식을 공유하고, 사일로를 벗어나 팀워크 환경을 조성하는 일, 조직의 우선순위를 정하며, 공유의식을 위한 대화를 요구하는 일, 그리고 이를 솔선수범하는 일이 리더의 고 집중을 요구하는 것.
이런 리더십의 변화는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에고(ego)를 거스리는 것이기에 쉽지 않지만,이 역시 의식적인 훈련의 결과로 가능해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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