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그런 일이 없던 아내가 카톡으로 아래 글을 보냈다. 아내와 어머니 중 누가 중요한가에 대한 마윈의 글이다. 당근 아내가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알지만 반복해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어머니가 낳았기 때문에 어머니가 나한테 잘해 주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아내는 장모님이 낳았기 때문에 아내가 나한테 잘해 주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다. 어머니가 나를 낳을 때의 고통은 아버지가 만들어낸 것이므로 아버지는 응당 어머니한테 잘해야 한다. 하지만, 아내가 아이를 낳을 때의 고통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므로 난 응당 아내한테 잘해야 한다. 내가 어떻게 하든 어머니는 영원히 나의 어머니지만 내가 잘못하면 아내는 남의 아내가 될 수 있다. 어머니는 나의 1/3 인생을 책임지지만 아내는 나의 2/3 인생을 책임진다. 아내는 나의 후반생을 보살피니깐 어머니는 아내한테 감사를 해야 하고 어머니의 후반생도 아내가 보살피니깐 난 당연히 아내한테 감사를 드려야 한다. 아내가 종이장 한 장 믿고 시집와서 안 해 본 고생을 하는 건 나 때문이다. 장모님은 아내를 고생 한번 안 시키고 나한테 시집 보냈다.” 여러분들은 이 글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가? 나는 이 글을 읽으며 격하게 공감했다. 나 역시 이런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난 스물여덟에 결혼을 했으니 어머니와는 28년을 살았다. 그 중 군대 3년, 기숙사 생활, 3년 지방에서의 직장 생활을 빼면 20년 남짓이다. 일찌감치 서울로 유학 온 사람들은 어머니와 10년 남짓 시간을 보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와는 벌써 32년째 살았고 앞으로도 꽤 오랜 세월을 보낼 것이 틀림없다. 유학생활 5년을 포함해 한번도 떨어져 살지 않았다. 아내와는 처음부터 같은 이불을 덮고 꼭 붙어 지냈고 어머니와 꼭 붙어 지낸 건 아주 초기 몇 년인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절대 시간과 밀도 면에서 게임이 되지 않는다. 내 어머니는 씩씩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다. 자기 주장도 세고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들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늘 당신 아들이 최고이고 며느리는 별거 아닌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유학을 다녀온 후 증세가 심해졌다. 당연히 아내는 힘들어했다. 어느 날 회사 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갔는데 아내가 울면서 그만 살자고 한다. 더 이상 당신과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생전 먹지 않던 소주까지 꺼내먹으면서. 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물론 어머니 때문이다. 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 어머니가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다. 그 주말 본가에 가니 어머니 또한 나한테 뭐라고 쏟아낸다. 중간에 낀 난 난감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아내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머니의 요구도 무리였고 옳고 그름을 떠나 나 하나 믿고 온 아내를 내가 지켜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옆에 있지만 아내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몇 달간 어머니와 냉전상태로 지냈다. 얼마 후 어머니와 내 관계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원상복귀 되었다. 지금은 나도 어머니도 그때 무슨 일로 그랬는지 기억조차 못한다. 만약 그때 내가 아내를 지키지 못했다면 아마 아내는 나를 떠났을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줄을 제대로 섰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착한 내 동생은 그렇지 못하다. 동생은 나보다 훨씬 어머니와의 관계가 끈끈하다. 어머니 말에 절대 복종이다. 무리한 요구를 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늘 어머니 편이다. 제수씨 말로는 어머니 얘기만 나오면 입을 다문단다. 어머니 관련한 얘기 하는 걸 싫어한단다. 그러니 제수씨는 속이 터진다. 그래도 동생 곁을 지켜주는 제수씨가 고맙다. 내가 아내 편을 드는 것을 눈치 챈 것일까? 요즘 어머니는 나보다 아내를 더 예뻐하고 더 의지한다. 이미 누가 실세인지를 눈치 챈 것이다. 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난 의존적인 사람이다. 혼자는 절대 살지 못하고 살고 싶지도 않다. 난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 덕분에 살았다. 지금은 철저하게 아내에게 의존하면서 산다. 아내가 없으면 먹는 건 물론 무슨 옷을 입고 외출할지도 결정하지 못한다. 돈 벌어오는 것 외엔 할 줄 아는 게 없다. 어머니와 부인 중 누가 소중하냐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군대에서 배웠다. 말년고참 말은 잘 듣고 자신에게 소홀하다고 생각했던 일병고참이 막 전입한 이등병인 내게 물었다. “야, 너 누구하고 군대생활 더 오래할 것 같냐?” 내가 뭐라고 답했을 것 같은가? 여러분 같으면 무슨 답을 할 건가? 이래저래 재미난 세상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