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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Coaching Letter From CMI
 
   
판계에는 “베스트셀러를 낸 출판사는 망한다”는 속설이 있다.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과정은 이렇다. 가난하던 출판사에 갑자기 목돈이 들어온다. 그 돈을 주체하지 못한다. 우선 사옥을 짓거나 구입한다. 사옥에 맞게 직원들을 많이 채용한다. 마케팅비용도 많이 쓴다. 주특기가 아닌 다른 분야에까지 진출한다. 한 마디로 살림이 커지는 것이다. 이것저것 손을 대는 것이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는 그렇게 쉽게 나오지 않는다. 늘어난 살림규모를 당해내질 못하고 결국 망한다는 것이다. 한때의 행운이 불행으로 끝나는 것이다.

반대로 불운이 행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유니레버는 미국 내 37개 공항을 대상으로, 공항을 자주 이용하는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새로운 연인을 만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갖춘 공항은 어디인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필라델피아공항이 1위를 차지했다. 이유는 고질적인 발착지연 때문이다. 이 공항의 발착지연율은 무려 32%에 이른다. 비행기 당 평균 60분이 지연된다. 이런 무의미한 대기시간은 새로운 연인 후보를 물색할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이 10%에 이른다. 실제 연인을 만난 사람도 있다. 그 중 한 사람 얘기다. “두 시간이 넘게 기다리는 불운이 오히려 제겐 행운이었어요. 라운지에서 그 사람과 딱 마주쳤으니 말이에요. 어떻게 이런 우연의 일치가 있을까요? 혹시 우리를 만나게 해주려고 비행기 두 대가 그렇게 오랜 시간 연착된 건 아닐까요?” 커다란 행운은 대개 낯선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다. 이럴 때 모든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할아버지 때 잘 살았던 얘기는 가장 흔하게 듣는 얘기이다. 할아버지 때는 자기 집안 땅을 밟지 않고는 그 동네를 지나갈 수 없었단다. 집안에 황금돼지가 몇 마리 있었고 그 당시에 오픈카를 가지고 있었단다. 머슴들이 하도 많아 머슴만으로도 한 동네를 이룰 정도였다 등등… 근데 이후 스토리는 뻔하다. 아버지가 다 말아 드셨다는 것이다. 그 많던 재산을 사업한다고, 축첩하면서 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다 건강을 잃고 일찍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기울었다는 것이다. 이런 얘길 들을 때마다 사주명리에 나오는 재다신약(財多身弱)이란 말이 떠오른다. 재물이 많아지면 몸이 약해진다는 뜻인데 난 “돈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렇게 되면 나쁜 일도 같이 올 수 있다”라고 해석한다. 돈이 많아지면 더불어 나쁜 일이 많아진다. 여러 유혹에 흔들릴 수 있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유혹이 올 리 없다. 남자의 경우 여자가 꼬이면서 망가질 수 있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여러 사람들과 얽히고 송사에 휩싸일 수도 있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다 보니 당뇨에 고지혈증이 올 수도 있다. 자가용에 기사까지 있으니 걸을 기회가 적어져 게을러질 수도 있다. 유산문제로 형제간 원수가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돈이 없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인생은 돌고 돈다.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된다. 좋은 일 안에 나쁜 일이 숨어 있고 나쁜 일 속에 좋은 일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일희일비 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문제는 가난은 극복하기 쉬운데 부는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난을 이기고 성공한 자수성가한 사람의 얘기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부를 극복하고 계속 존경 받는 부자는 많지 않다.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부를 이기기 어렵다는 얘기이다. 그런 면에서 형제간 우애가 좋은 부자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송사에 휘말리지 않는 재벌은 존경할만한 사람들이다. 별다른 스캔들 없이 평범하게 지내는 부자 또한 대단한 사람들이다. 예전에 비해 말할 수 없이 잘 살지만 우리 사회의 행복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부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을 해서 가난은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물질적 풍요를 이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워렌 버핏은 그렇게 돈이 많지만 예전 살던 집에서 그냥 산다. 자식들도 평범한 공립학교에 보냈다. 차도 평범하다. 그래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편안해 보인다. 그가 바로 부를 극복한 사람이다. 우리는 짧은 기간에 가난을 극복하고 지금의 우리 사회를 만들었다. 다음 아젠다는 더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부를 잘 극복하는 것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