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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에게 가장 위협적인 통념이 무엇일까? 내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 “사람은 안 변한다”는 말이라고 답하겠다. 유사한 속담으로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가 있다. 이 말들은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은 고정되어 있다는 믿음을 반영한다. 이 시각을 간단히 ‘안 변한다 론(論)’이라 부르자. 하지만 ‘안 변한다 론’만큼이나 널리 퍼져 있고 강력하게 받아들여지는 또 다른 격언도 있다. 바로 “선 자리가 바뀌면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는 말이다. 이 문장은 인간의 인식이 절대적이지 않으며 위치, 역할, 이해관계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이 역시 ‘선 자리 론’이라 줄여 부르자. 고객의 성장과 변화를 지원하는 코치의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히 ‘선 자리 론’이 익숙하고 편할 것 같다. 그런데 편한 것과는 무관하게, 두 관점 중 어느 쪽이 현실적으로 더 맞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두 관점 모두 나름의 설득력과 교훈, 실용성을 갖고 있다. 예컨대 ‘안 변한다 론’은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타인을 애써 변화시키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조직에서는 변화 강요가 아니라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현실적인 지혜를 제시한다. 이는 “사람이 아니라 과업을 논하라”는 경구로 이어지며, 불필요한 인신공격을 피하고, 문제 해결의 초점을 과업과 프로세스로 옮기는 협력적 태도를 낳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인을 바꿔보겠다고 덤비지 말고, 자신의 생각과 대응을 바꿔 문제를 해소하라"는 태도로 확장될 수도 있다. 이는 120만 유튜브 구독자를 지닌 법륜 스님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심리학에서도 유사한 철학을 찾을 수 있다. 현대 인지심리학의 한 분야인 수용전념치료(ACT)는 내 힘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타인이나 상황은 ‘수용’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전념’하라고 말한다. 한편 ‘선 자리 론’은 변화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사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선 자리가 바뀔 경우 굳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입장을 잘 바꾼다. 이해가 달라지면 특히나 그렇다. 다만 코칭이나 상담은 “설혹 제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학습과 성장을 통해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며, 그 결과 행동까지 바꿀 수 있다”고,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것 뿐이다. 인지행동치료(CBT)나 합리정서행동치료(REBT) 등 인지 중심의 심리학은 내담자가 자신의 인지적 오류를 자각하고 사고의 틀을 바꾸게 함으로써 내담자의 태도 및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아예 명시적인 목표로 표방한다. 코칭의 ‘관점 전환’도 결이 비슷하다. 다만 코칭은 상담과 달리 교정적 개입을 자제하면서 고객의 인식 확장과 사고 전환을 유도하는 ‘도전적 질문’을 활용한다. 그렇다면 직업적 신념처럼 ‘선 자리 론’을 고수해야 할까? 꼭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기실 내 경험을 돌아보아도, 사람의 기질과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나라는 사람도 잘 안 바뀌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생각, 곧 인지는 달랐다. 가변적이었고, 노력에 따라 더 유연해질 수도 있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도 바뀌기 마련. 나 역시 그랬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바라봐야 할 과녁이 조금은 더 또렷해지는 것 같다. ‘사람은 안 변한다’는 말을 들을 때 굳이 정색하며 반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코치는 누구의 기질을 바꾸겠다고 덤비는 존재가 아니니까. 대신 고객의 인식과 행동 변화를 돕는 사람이면 충분하다. 만약 그 변화가 누적되어 성격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그건 더 좋은 일일 테고. 그래! 지나친 욕심 내려놓고(수용) 내가 할 수 있는 일 열심히 하는 거다(전념). ※성찰 질문: 나는 사람을 조건 없이 수용하고, 변화를 위해 전념하는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tigera1@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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