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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평소 경영자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데, 거의 모든 산업에서 상황의 엄중함이 느껴진다. 국제 질서 변화와 관세와 규제 등 대외 환경 변화, 글로벌 공급망 문제, 혁신 지체로 인한 본원적 경쟁력 저하, 경직된 인력 구조 등 위기의 원인이 복합적이다. 뛰어난 리더들도 쉽게 해법과 전망을 내놓지 못한다.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참고가 될 프레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UCLA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선택과 결과를 분석하여 위기 해결 요인을 제시했다. 기업은 국가와 다르지만, 충분히 참조할 만하다. 위기의식, 책임의 수용, 핵심 문제의 해결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이 위기의식의 공유다. 사기 저하나 책임론을 걱정해 위기임을 축소하거나 숨겨서는 안 된다. 최고의 기업들은 위기임을 뼈아프게 공개하고 의지를 일으켰다. 둘째는 책임의 수용이다. 위기가 오면, 우린 최선을 다했지만 여건 탓이라고 핑계를 대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기술혁신이 지체되고, 창발적인 문화를 조성하지 못하고, 우수 인재가 부족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셋째는 문제를 정확히 규정하는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처럼 통제 불가능 요인이 아니라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핵심을 정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직한 자기 평가이고,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자기연민이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정체성은 지키되, 나머지는 모두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처럼. 이 외에도 내외부에서 필요한 지원을 끌어오는 것과 문제해결의 모범사례를 조사, 참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대변동』, 2020) 위기를 극복한 국가들을 보자. 일본은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이 군함을 이끌고 왔을 때, 선택적 서구화 전략을 선택했다. 서구 열강과의 역량의 격차를, 괴롭지만 재빠르게 인정한 것이다. 자신들의 정체성에 해당하는 천황제만 지키고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한다. 메이지 정부는 사절단을 파견해서 서구의 모델을 적극적으로 연구했다. 헌법과 육군은 독일 모델을, 해군은 영국해군을, 민법은 프랑스 모델을, 교육 개혁은 미국 모델을 따라 했다. 현실적인 자기 평가를 통해 고통스러운 진실을 직시하고, 상위 지식의 수용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냈다. 핀란드는 1939년 소련의 공습을 받았다. 인구 370만 명, 군인 1만 명에 불과한 핀란드에 최첨단 무기를 장착한 소련군 50만 명이 쳐들어온 겨울 전쟁이었다. 핀란드는 스키부대로 완강하게 저항했지만 결과는 국토의 초토화, 10만 명의 사상자, 일부 영토의 상실로 끝났다. 그 후 핀란드는 소련과 철천지원수가 되었을까? 정반대로 소련과 관계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소련이 싫어하면 심지어 대통령 후보도 사퇴할 정도였다. 스탈린을 만나기 위해 수없이 모스크바로 날아가 합의를 해냈다. 그 결과 동구권 전역에 공산정부가 수립되었지만 핀란드는 자기 정부와 고유의 언어와 정체성,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핀란드는 자기연민과 원한으로 소련 관계를 무력화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 핀란드는 작은 나라이고 러시아와 긴 국경을 맞대고 있다. 동맹의 실질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없고, 소련에 영원히 저항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했던 것이다. 위기 극복에는 이런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지만, 리더십과 팀워크 또한 매우 중요하다.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1914년 27명 대원과 남극 횡단에 나섰다. 그들을 태운 인듀어런스호가 침몰하며 거대한 얼음덩이에 갇히자 영하 20도의 추위와 굶주림 속에 물개와 펭귄을 사냥해 가며 생존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조건에서 그는 조난 후 무려 634일 만에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전 대원과 함께 돌아왔다. 무엇이 비범했을까? 그는 극한 상황에서도 확신을 가졌고, 대원들에게 열정을 불러 일으켰다. 과거 남극 탐험대에서는 극도의 불안감이 정신이상이나 질병을 일으킨 사례가 많았다. 이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축하하고 웃을 일을 찾았다. 팀워크를 중시했다. 섀클턴은 자기 몫 비스킷을 조용히 나누었고, 대원들은 우유를 엎질러 눈물 흘리는 어린 대원에게 우유를 나눠주었다. 극한 상황에서도 매일 정해진 거리만큼 행군하며 침착하고 강하게 목표를 향해 전진했다. 그 원동력은 리더십과 팀워크였다. 위기 국면에서 리더들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어야 할까? 어떻게 조직 전체의 용기를 북돋우며 함께 나갈 수 있을까?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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