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무반주 첼로 연주곡’을 들을 때, 마음이 차분해지고 자연스레 눈을 감게 된다. 바이올린의 선율도 좋지만, 첼로의 깊고 묵직한 음색은 더 큰 평온을 느끼게 한다. 바흐가 1720년경 이 곡을 작곡한 이후 첼로는 오랜 시간 침묵을 지켰다. 1803년부터 바이올린 곡들이 꾸준히 등장한 반면, 첼로는 약 반세기 동안 새로운 곡이 거의 발표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첼로는 현재의 모습과 달랐다. 연주자는 첼로를 무릎 사이에 끼고 연주해야 했고, 그 불편함은 연주자와 작곡가 모두에게 부담이었다. 그러다 벨기에의 첼리스트 아드리앙-프랑수아 세르베(Adrien-Franscois Servais)가 1850년대 접어들어 첼로 밑에 핀을 달아 바닥에 고정할 수 있는 ‘엔드핀(Endpin)’을 고안했다. 이 작은 발명은 연주자들의 자세를 편안하게 할 뿐 아니라, 첼로의 음향적 공명을 극대화해 풍부한 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이후 첼로 연주곡들이 본격적으로 작곡되기 시작했고, 오늘날 엔드핀은 탄소섬유와 같은 첨단 재료로 더 발전해 첼로의 소리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 작은 도구 하나가 첼로 연주의 역사를 바꾼 것처럼, 우리도 불편함 속에서 혁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불편함을 혁신으로 엔드핀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불편함이란 그저 참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개선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첼리스트들의 불편함이 혁신을 낳았듯, 우리네 삶과 일에서의 불편함이 때로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작은 질문은 곧 혁신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경험을 떠올려 보면, ‘미국 갤럽 강점 보고서’를 읽으면서 모든 강점을 한눈에 보기에 불편함을 느껴, ‘34 강점 카드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강점 카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자신의 강점을 카드 놀이하듯 펼쳐 보기도 하고,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된 카드 색깔로 자신의 강점들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도구와 시스템의 중요성 불편함을 해결하려면 적절한 도구나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셉 그레니(Joseph Grenny)는 자신의 저서 『인플루엔서(Influencer)』(2011)에서 ‘변화는 개인(Personal), 사회(Social), 그리고 구조(Structural) 등 3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인적 요인(개인과 조직) 외에도 도구와 제도 같은 비인적 요인의 활용도 변화를 만드는 데 매우 유효하다는 뜻이다. 한 유명 로펌에서 신입 변호사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멘토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 문제로 고민하던 사무국장은 코치에게 해결책을 물어보았다. 코치는 "이 훌륭한 프로그램을 더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어떤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졌고 이에 멘토를 로펌이 지정해 주는 대신, 신입 변호사가 자율적으로 선배 변호사를 멘토로 선택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그 결과,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다는 사례는 ‘작은 시스템의 변화가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혁신을 여는 질문의 힘 불편함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에 따라 변화는 시작된다. 엔드핀이 첼로의 역사를 바꿨듯, 우리도 불편함 속에서 혁신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은 혁신의 씨앗이며, 질문은 그 씨앗을 꽃피우게 하는 열쇠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jwcc509@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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