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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란 무엇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래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것, 자기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는 것, 무책임한 것 등등 여러 가지가 연상될 것이다. 자유의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자유의 반대가 뭔지를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자유의 반대는 어딘가에 묶여 있는 것이다. 속박(束縛)은 묶을 속, 묶을 박이니까 두 번 묶인다는 뜻이다. 그래서 속박에서 풀렸다는 말을 쓴다. 약속(約束)도 일종의 구속이다.


자유,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말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놀고 싶을 때 놀 수 있는 자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자유… 내가 오랫동안 꿈꿔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절묘하게 하나가 있으면 하나가 사라진다. 젊어서는 시간은 있지만 돈이 없다. 나이가 들어서는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다. 노년이 되면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 건강이 없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자유는 무엇인가? 난 자유를 사랑하고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그중 한 분이 연세대 송복 교수다. 그는 퇴임식에서 세 가지 자유에 대해 얘기해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의 연설을 인용한다. “전 은퇴를 통해 세 가지 자유를 얻었습니다. 첫째, 글의 자유입니다. 전 그동안 쓰고 싶은 것만 썼습니다. 쓰기 싫은 글을 써 본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둘째, 시간의 자유입니다. 전 재임 중 총장, 부총장 등의 제안을 여러 번 받았지만 다 거절했고 평교수로만 살았습니다. 장관직도 두 번이나 제안받았지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조직에 들어가면 명령에 따라야 합니다. 자유를 잃습니다. 그래서 거절했습니다. 셋째, 돈의 자유입니다. 전 돈 관리를 해 본 일이 없습니다. 가난했지만 언제나 쓸 만큼은 있었습니다.” 참 멋진 분이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자유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다. 싫어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걸 생각한다. 조직에서 벗어나는 것, 시간의 구속에서 빠져나오는 것, 육아로부터 벗어나는 것 등이 그렇다. 또 다른 하나는 좋아하는 것을 향한 자유다. 한용운의 복종이 대표적이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기꺼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구속되겠다는 것이다.


내게 자유는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가치관이다. 아무리 좋아도 내 자유를 해치는 것이면 하지 않는다. 내가 유명해지는 걸 거부하는 것도 자유의 상실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답답하고 갑갑한 걸 싫어한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 임원생활이 별로였던 이유도 바로 속박 때문이다. 자유가 고팠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전 난 내 인생의 목표를 자유로 잡았다. 시간적으로 자유로울 것, 직업적으로 자유로울 것, 경제적으로 자유로울 것이 그것이다. 거의 30년 전에 잡은 목표인데 지금 대강은 이룬 것 같다.


근데 가장 중요한 자유 하나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게 뭘까? 바로 육체적 자유다. 아무리 돈이 많고, 시간이 많고, 직위가 높아도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난 이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자유 중 으뜸은 바로 육체적 자유다. 내 마음대로 걸어 다니고 움직일 수 있는 자유. 절대 쉬운 목표가 아니다. 내 몸을 끔찍이 위해야 하고, 때론 하기 싫은 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10년 이상 헬스를 하고 차를 버리고 운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 난 한대수의 “바람과 나”를 듣고 있는데 자유에 관한 노래다. 한번 들어보시길…


끝 끝없는 바람, 저 험한 산 위로, 나뭇잎 사이 불어 가는 / 아 자유의 바람, 저 언덕 위로, 물결같이 춤추는 임. / 무명 무실 무감한 님, 나도 님과 같은 인생을 지녀볼래 지녀볼래 / 건너편에 황혼에 젖어 산 끝보다 아름다운 아 나의 님 바라 / 뭇 느낌 없이 진행하는 시간 따라 무명 무실 무감한 님. / 나도 님과 같은 인생을 지녀볼래 지녀볼래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hans-consulting.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