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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필자는 태스크를 마친 부하들에게 그 노고와 공로를 인정한 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데 이번 일에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겠나?”라는 질문을 하곤 했다. 상사가 이런 질문은 하는데 ‘100점 만점’이라고 대답할 강심장의 부하가 어디 있겠는가? ‘60점’, ‘70점’, ‘80점’ 등등의 대답을 하면 “거기서 한 10점 정도 올리려면 무엇을 다르게 하면 될 것 같아? 한 번 생각해 봐”라는 질문으로 대화를 마치곤 했다.


이런 질문에 바로 대답하는 부하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대부분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면서 익숙해진 부하들은 필자의 질문에 제대로 된 성장의 목표를 말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을 실행하면서 자기 개선을 실천했다. 이렇게 한두 번 자기 힘으로 개선에 성공한 부하는 다음부터는 상사가 뭐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개선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여 몇 년이 지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다.


회사는 성과를 내기 위한 조직이다. 조직은 목표를 세우고 조직원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개인의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성과를 내는 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원의 역량 향상, 즉 성장일 것이다. 직원의 성장이 멈춘 회사는 당장은 성과를 낼지 모르지만 결국은 도태되고 만다. 그래서 회사는 많은 예산을 투자하여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데 필자의 생각에 직원 성장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일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일을 통한 학습의 전제는 본인의 성장 의욕이다. 상사는 무엇이 부하들의 성장 의욕을 자극하는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작년에 만난 한 제조업체의 임원은 부하들에게 “1월 1일의 나와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의 나의 모습이 같다면 그동안 헛된 삶을 산 것이다”라는 말로 직원들의 성장 의욕을 자극한다고 했다. 또 다른 임원은 ‘부하의 성장을 위한 행동은 틈이 날 때 하는 일이 아니라 습관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일을 통한 학습은 상사나 선배가 체계적인 이론으로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 상사가 잘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 호소력 있는 목표 수립, 시의적절한 피드백, 어려움을 겪을 때 정신적인 지원을 하는 것,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학습의 동기를 강화한다.


해외 영업을 담당했던 우리는 실패를 거듭하는 가운데 1년에 몇 번 정도는 의외의 성과를 거두고 주변의 축하를 받는 일이 있곤 했는데, 글쎄, 이 성공으로 느끼는 희열과 행복의 시간은 한 반나절? 길어야 하루 이틀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일을 통해서 배우면서 성장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찾아가는 부하들을 지켜보는 것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에게 행복과 보람을 느끼게 했다.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의 가슴을 뿌듯하게 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sskimpt@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