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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출근을 한다. 운전기사가 미리 도착시간을 알리고 직원들이 도열해 인사를 한다. 사장인 당신은 무게를 잡고 아는 체도 하지 않고 건물로 들어간다. 근데 현관에 회사의 가치관에 이렇게 쓰여 있다. ‘존중, 배려, 자율’ 이게 맞는다고 생각하는가? 존중을 한다면서 직원들 인사를 받지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존중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왜 의전을 하는지 난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외부에서 중요한 손님이 왔을 때는 필요하지만 매일 보는 직원들 간 의전은 낭비일 뿐이란 생각이다. 근데 왜 이럴 쓸데없는 의전에 비용과 시간을 쓸까?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시작했는데 윗사람이 좋아하니까 그게 전통이 된 것뿐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쌍방이 같이 만든 작품이다. 만약 상사가 ‘왜 내가 출근하는데 도열을 하는가? 당신들 그렇게 할 일이 없는가?’란 말 한마디만 해도 바로 없앨 수 있다. 그런 의전이 아직 살아있다는 건 경영진이 그걸 용납하기 때문이다. 아니 내심 즐기기 때문이다.


과한 의전 역시 없애야 할 조직문화 중 하나인데 여기 관해서는 이우종 前 LG전자 사장의 주장이 호소력 있다. 그가 쓴 ‘손타쿠 문화’의 글을 일부 인용한다.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가 일본어 손타쿠(忖度(そんたく))다. 일본어 손타쿠는 한자로는 촌탁이다. 어원은 시경(詩經)에 있다. ‘타인의 마음을 내가 헤아린다(他人有心 予忖度之)’는 뜻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이 뜻이 ‘윗사람이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아랫사람이 눈치껏 알아서 그가 원하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변질됐다. 난 손타쿠의 폐해를 잘 알고 이를 늘 경계했다. 사실 주변에 손타쿠 부하가 있으면 편하다. 내 마음을 알아서 미리미리 챙겨 주니 얼마나 편하고 예뻐 보이겠는가? 문제는 손타쿠 행위가 조직문화를 해치고 전파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폐해는 올바른 소통의 방해다. 비판이나 건설적 소통을 가로막는다. 전파 속도가 무지 빠르다. 한 명의 손타쿠를 방치하면 순식간에 여러 명의 손타쿠를 양산한다. 처음에는 괜찮아 보이지만 이게 조직문화로 자리 잡으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소통을 단절시키고 조직을 해치는 비수로 변한다. 리더는 소수의 측근 손타쿠에 의존하게 되고 이들은 이러한 특권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 온갖 수단을 동원하게 된다. 조직은 점차 활력을 잃고 서서히 침몰한다.


어떻게 손타쿠를 방지할 수 있을까? 항상 소통 채널을 가동하고 본인이 현장을 직접 관찰해야 한다. 손타쿠가 가장 싫어하는 건 리더의 현장 경영이다.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일어날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과도한 의전은 현장 경영을 방해한다. 나는 의전 시스템을 보고서 조직을 판단한다. 지도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및 보안 같은 의전은 괜찮지만, 이를 벗어나 리더와의 소통 콘텐츠를 일일이 살펴보고 이를 좌지우지하면 이 조직은 손타쿠로 망한다. 현장 경영 및 Open Communication을 정기, 비정기적으로 수행하려 노력하는 지도자, 현장의 목소리가 가감 없이 전달되게끔 하는 조직, 듣기 불편한 내용을 포용하려는 문화가 살아야 한다. 쓸수록 명약인 것이다.”


여러분은 의전을 즐기는가, 아니면 의전을 불편해하는가? 사람들이 마중을 나오거나 배웅을 하는 게 좋은가, 아니면 홀가분하게 다니는 게 좋은가? 여러분 조직은 어떤가? 의전에 관한 여러분 생각을 듣고 싶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hans-consulting.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