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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이직할 때 일이다. 입사를 고려 중인 회사는 토요일 휴무라는 게 큰 이점이었다. 그땐 대부분이 토요일 오전 근무를 하던 시절이다. 초등학생 두 아들을 재우느라 옆에 누워 도란도란 얘기하다가 그 말을 했더니, 아들이 졸린 목소리로 바로 대답했다. “엄마, 빨리 그 회사로 가요!”


주 5일 근무제는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었다. 첫해에 금융, 공공부문부터 토요 휴무제를 실시하고, 다음 해에 학교에서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을 휴일로 지정해서 이른바 ‘놀토’란 말이 생겨났다. 완전한 주 5일제는 2012년 무렵, 도입 논의 시점부터 따지면 거의 10년이 걸렸다.



기술적 과제와 적응적 과제
하버드대학의 리더십 학자 하이페츠 교수는 ‘기술적 과제’와 ‘적응적 과제’를 구분한다. 기술적 과제는 기술적으로 답을 정의할 수 있는 문제다. 기술 개선이나 시스템 구축 같은 걸 예로 들 수 있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하면 된다. 적응적 과제란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한 문제를 말한다. 주 5일제도 적응적 과제였다. 논의 초기부터 찬반양론도 거셌고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이 과정은 혼란스럽긴 하지만 적응적 과제를 해결해 가는 현명한 전략이다. 사람들이 이 과정에서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하이페츠는 리더들이 적응적 과제를 기술적 과제로 오판하는 데서 리더십 실패가 비롯된다고 했다. 적응적 과제에 관한 한 의식과 행동의 변화가 없으면 아무리 옳은 정책도 현실에 안착하지 못하게 된다.



MZ 세대를 이끄는 적응적 과제
MZ 세대 구성원을 이끄는 것은 기술적 과제가 아니라 적응적 과제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젊은 직원들이 이런 걸 불평하고 요구하는데, 과연 이게 맞나요?”, “뭐든 다 맞춰야 합니까?” 그 답답한 마음이야 헤아려지지만, 미안하게도 이런 질문들은 초점을 잘못 맞춘 것이다. 누가 맞고 틀리거나, 옳은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옳고 그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하고 싶다.

어느 기업 팀장들의 경험담이다. 팀 회식 등에 쓰이는 팀비가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회식을 못하니 남았다. 팀장들이 상의 끝에 그 비용으로 명절 때 팀원들 집으로 과일을 보냈다. 당연히 ‘팀장님 감사합니다!’라는 반응을 기대했는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일부 팀원은 ‘팀비는 회사 비용이고 팀장 개인이 사주는 것이 아닌데, 왜 우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과일을 보내느냐?’고 항의를 올렸다. 좋은 마음으로 선물을 보냈던 팀장들은 크게 당황했다.


메지로우는 성인학습에 있어서 기존의 사고체계로 해결이 안 되는 때가 결정적인 배움의 순간이라고 봤다. 자신의 관점에 의문을 갖게 되는 경험을 하고 나서, 이에 대한 비판적 성찰(critical reflection)을 통해 의미 구조를 전환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변혁적 혹은 전환적(transformative learning) 학습이다. 리더들은 MZ 세대와의 충돌 경험과 부대낌을 통해 무엇을 배워 나가게 될까?


그런 의미에서 ‘MZ 세대와 잘 지내기’ 류의 제목으로, 쉬운 결론이나 스킬 처방을 주는 교육을 나는 경계한다. MZ 세대의 특징은 이러이러하다, 그러니 이렇게 대응하라, 또는 이렇게 하지 말라,는 식의 피상적인 강의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내가 코치로서 관심을 갖는 건, 리더 자신이 MZ 세대와 함께 일하면서 무엇을 알아차리고 있는가이다. 세세한 감각을 열고, 판단 대신 호기심을 가지며, 충돌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가지면, 리더가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나는 그대로’인 채 그들을 다루는 노하우를 얻겠다는 건 그야말로 지적인 게으름이자, MZ 세대를 대상화하는 사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