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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이 돌아가셨다. 장모님은 몇 년 동안 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장모님은 인격적으로 매우 훌륭한 분이셨다. 그런데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대소변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하게 되자 매우 난감해 하셨다. 자신의 존엄이 무너졌다고 생각하셨다. 장모님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건강은 존엄이다.’

‘운동이 중요하다는 건 아는데, 바빠서 잘 못하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여유가 생기면 운동을 하겠다고 한다. 답답한 노릇이다. 다음 주에 하겠다, 다음 달에 하겠다, 내년에 하겠다고 미루는 것은 자연법칙에 대한 이해부족이다. 오늘 건강하지 못하면, 오늘 일은 망가진다. 내일 건강하지 못하면, 내일 일도 망가질 뿐이다. 이게 바로 자연법칙이다.
직장생활을 언제까지 뭘 이뤄야 하는 ‘결과 게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매일의 생활이 괴롭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고, 미래의 성취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한다. 이들에겐 내일만 있을 뿐 오늘은 영원히 없다.
직장생활은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오늘도 행복하고 내일도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직장생활은 ‘결과를 추구하는 게임’이 아니라 ‘과정의 게임’이 돼야한다. 매일의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으면 직장생활은 시지프스의 형벌이 되고 만다. 직장인에게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몸이 아프면 하루 일과가 괴로울 뿐만 아니라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오후가 되면 목이 뻐근하고 머리가 지끈거린다면 심각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하는 건 요행을 바라는 것에 불과하다. 장모님의 경우처럼, 건강하지 못하면 ‘직장에서의 존엄’은 무너지고 만다.

직장인에게 두 번째로 중요한 게 있다. ‘공부’다. 얼마 전에 대학 동기 집에 놀러 갔다. 이 친구는 학창시절에 공부를 매우 잘 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했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 공부에 시달려서 책만 보면 짜증이 났다고 했다. 이 친구는 직장에서 꼰대로 통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주장만 옳다고 고집했다. 몇 십 년 동안 책을 전혀 읽지 않은 게 상당한 이유라고 생각된다.
책을 읽는다는 건 몇 시간 동안 저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자기 생각을 내려놓고 상대방 말을 듣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다는 건,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것과 같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 독단에 빠지지 않고 열린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책을 읽는다는 건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알게 되는 대단한 경험이다. 책에는 저자의 지식과 경험 지혜 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몇 시간을 투자해서 저자의 지식과 지혜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투자 대비 성과, 가성비가 최고다.

30대 중반의 후배가 있다. 어디서 그렇게 놀라운 통찰이 나오는지, 어떻게 그렇게 해박할 수 있는지, 만날 때마다 깜짝 깜작 놀라게 한다. 이 후배는 강의도 엄청나게 잘한다. 비결이 뭔지 물었다. 후배가 대답했다. “책을 많이 읽은 게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옆에 있던 후배가 서재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다음 날 카톡이 왔다. “저의 책장이 궁금하다고 하셨지요? 다 안 읽어봤다는 걸 전제로... 대강 책을 헤아려보니 2천권 정도 되는 것 같네요. 그 중 오랜만에 눈에 뛴 책이 있어 다시 넘겨봤어요. 철학과 경험이 담겨 있는 책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30대 중반의 후배, 그 해박한 지식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다독(多讀)이 그렇게 중요한가, 깊이가 더 중요한 거 아닌가?’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 책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 대충 훑어보고 끝내는 책도 있고 정독을 하는 책도 있다. 가끔씩 만나는 보물 같은 책은 밑줄을 치면서 읽고, 밑줄 친 부분을 타이핑하기도 하고, 10번 이상 읽기도 한다. 저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는다. 그 책을 통해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더욱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꼰대가 되지 않는 비결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열린 마음으로 잘 듣는다. 즐겁게 일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면 책을 많이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강연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기 생각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훈련을 하면서 동시에 지식과 지혜가 성장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다.’ 석가모니의 연기법(緣起法)이다. 원인과 결과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원인과 결과는 한 몸통이라는 말이다. 오늘 자신의 행동이 내일 자신의 결과가 된다. 오늘 열심히 운동하고 공부하는 건 내일의 행복을 위한 게 아니다. 바로 오늘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석가모니가 말했다. “당신의 과거를 알고 싶은가, 그러면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보라. 당신의 미래를 알고 싶은가, 그러면 지금 당신의 행동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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