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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지 5년차에 접어들어 남편에게 "잡은 물고기라고 함부로 하지마"라고 농담처럼 말 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남편은 "누가 할 소리를 하고 있어?"라고 되받았다.

생각해보니 불 같은 연애 시절에는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없던 노력도 보이며 사랑을 쟁취했는데, 이미 '내 것'이 된 뒤에는 당연한 일상이 되어 소중함을 모른 채 또 다른 '목표'를 향해서만 전진하고 있었다.

아이를 낳은 뒤로는 부족한 개인시간과 절대희생이라는 생각에, 아이가 커가는 기쁨을 느끼기 보다는 힘들다는 고충을 자주 토로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가끔 이런 나를 보며 엄마는 "너는 안정적인 가정, 남편, 자식까지 다 가졌는데 뭐가 문제니?"라고 말했다. 돌이켜보니 사실 문제는 '나'였다.

어려서부터 도전과 성취는 삶을 살아가는 나의 패턴이었다.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고 '내 것'이 된 뒤로는 '가지지 못한 또 다른 것'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진 것에는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 나에게 없는 것, 부족한 것, 이루지 못한 꿈, 돌이킬 수 없는 선택에 대한 후회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만족하지 않음은 때로는 성장과 발전의 동기부여가 됐지만, 행복과 충만함을 주지는 못했다.

좀 더 좋은 것을 경험한다는 핑계로 여기 저기 괜찮은 게 없나 주변을 기웃거렸다. 현재를 온전히 살지 못한 채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하며, 현재에 대한 만족과 확신이 부족한 탓도 있다.

때론 초점 없는 눈동자로 주변에 있는 누군가에게 "나 지금 공허해요", "나 좀 도와줘요", "내 삶은 행복하지 않아요", "나를 구해주세요"라는 메시지들을 암묵적으로 풍겼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런 나의 결핍된 상태를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미끼를 던진다. 그 미끼는 상대방의 무례함이 되기도 하고, 조종이나 무리한 요구가 되기도 한다. 업무 자리나 사석에서 대화를 나누고 난 뒤 기분이 찝찝할 때가 있다. 피드백 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인데 불쾌한 기분이 따라와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타이밍이 지나버린다.

직장 내 무례함(incivility)을 오랫동안 연구한 크리스틴 포래스(Christine Porath)는, 개인적으로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무례함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HBR(Harvard Business Review)에 쓴 글을 통해 말하고 있다. 매일 아침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수영을 하는 행위조차 무례한 동료에 맞서 방어력을 키우기 위한 해법이라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불거지거나 상황이 악화될 때 그 빌미는 '내'가 제공 했었다. 내면이 단단하지 못하기에 흔들리는 갈대 마냥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때론 상대방의 무례함을 허용하기도 하고 이용당하기도 했다.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따지고 보니 '빌미'를 제공한 내 잘못. 종교적으로 이단에 잘 빠지는 사람, 중독이나 사기꾼에게 잘 속는 사람들의 특성도 자세히 보면 내면의 '욕심'과 ‘구원자'에 대한 갈망이 과도한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나를 구원할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무례함을 대비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감사할 줄 아는 마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면, 현재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며 수용할 줄 아는 충족감이 필요하다. 내가 가진 것을 지키고 누군가의 무례함에 맞서기 위해, 포래스의 처방을 따라 다시 새벽 글쓰기와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trueheo@coachingi.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