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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1일 영종대교에서 106중 추돌사고가 나서 2명이 죽고 65명이 부상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그 뉴스를 처음 들었을 때 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몇 중 추돌은 그럴 수 있지만 어떻게 100중 추돌사건이 일어날 수 있을까 란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렌터카를 타고 가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운전사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안개가 심한 날이었어요. 중간 어느 지점부터 안개가 걷히는 것 같았어요. 차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지요. 거기가 고갯길이었는데 고개를 넘자마자 다시 안개가 짙어지는 거예요. 방금 전 안개보다 훨씬 짙은 안개였지요. 본능적으로 비상등을 켜고 속도를 줄였지요. 근데 옆으로 버스를 비롯해 차 몇 대가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지나가더니 이윽고 펑 펑 소리가 나는 겁니다. 바로 앞에서 추돌사고가 난 겁니다. 이어 뒤에서 계속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저와 제 뒤에 있던 차 몇 대는 속도를 줄인 덕분에 사고를 면했고 얼마 후 빠져나올 수 있었지요.” 이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그렇게 진한 안개 속에서 그 큰 버스가 어떻게 그렇게 달릴 수가 있지요. 바로 앞도 식별이 안 되는데 말이에요. 문제는 이런 일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거지요.”

정말 우리 한국 사람들은 급하다. 운전이 대표적이다. 뭐가 그렇게 급하길래 아파트 단지 내에서 그렇게 과속을 하는가? 그러다 애가 튀어나오면 어떻게 할건가? 고속도로에서도 그렇다. 완전 지그재그로 곡예 운전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게 가봐야 별로 빨리 갈 것 같지도 않은데 뭔가 정상은 아니란 생각이다. 신호등에서도 그렇다. 다음 신호등에 건너면 될텐데 죽기살기로 무리하게 뛰어서 건넌다. 근데 왜 그렇게 급한 것일까?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급하게 만드는 것일까?

살다 보면 급한 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난히 그런 일이 많이 생기는 개인과 조직이 있다.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에 입원을 했다, 오다가 차가 퍼져서 오늘 약속은 미루자, 갑자기 상사가 급한 일을 부탁해서 등등…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을러서이다. 평소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있다 일을 당해서 뭔가를 하려니 그렇게 급한 것이다. 또 해야 할 일 소중한 일을 하지 않으면 급한 일이 많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급하다, 서두르다의 또 다른 표현은 게으름이다. 당연히 급한 것을 없애기 위한 최선은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늦지 않기 위한 최선은 일찍 출발하는 것이고 건강을 위한 최선은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추신수는 파이브툴 플레이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확성, 장타력, 송구, 수비, 스피드 이 다섯 가지 면에서 모두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드문 선수라는 말이다. 재능이 아니라 인내와 성실 덕분이다. 그는 마이너리그 시절은 물론 메이저리그로 옮긴 후에도 가장 먼저 경기장에 나가는 선수인데 이런 말을 한다. “전 경기장에 가장 먼저 나가요. 전 항상 준비되어 있는 것을 좋아해요. 서두르는 것을 싫어해요. 짐을 쌀 때도 3일전부터 가방을 열어두고 하나씩 하나씩 생각날 때마다 넣어둡니다.“ 그가 최고의 선수가 된 이유, 서두르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일류는 서두르지 않고 삼류는 서두른다. 서두른다는 것은 게으름의 반증이다. 평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대충 사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래에 대한 준비이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미래에 대해 준비하지 않는다. 어떻게 되겠지 라고 생각한다. 그럼 슬슬 불안해진다. 자신은 의식하지 않아도 뇌는 그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두려워지면 마음은 점점 조급해진다. 그런 것이 행동으로 나타난다. 한국인들이 운전습관이 나쁜 것은 그만큼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준비는 무엇일까? 준비準備를 파자하면 이렇다. 준은 물 수氵변 플러스 隼 새매 준이다. 사람 팔에 매를 올려놓은 형상이다. 수평으로 나는 새, 물로 수평을 잡는 것을 의미한다. 비 備는 사람 人 풀 艸, 언덕 엄 厂 쓸 용用이다. 즉, 언덕 위에 풀을 말려 건초를 만든 후 필요할 때 쓴다는 뜻일 듯하다. 영어 격언 “해가 있을 때 건초를 말려라 (make hay while the sun shining)”와 비슷하다.

격언 중 유난히 급한 것을 경고하는 격언이 많다. 그만큼 급한 것이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다, 급히 먹은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Haste make waste 등이 대표적이다. 후진 조직일수록 급한 일에 매달린다. 조급함과 게으름은 바보가 되는 지름길이다. 내일을 위한 최선의 준비는 오늘의 일을 가장 훌륭하게 하는 것이다. 천천히 하는 연습은 황금이고, 빨리 하는 연습은 납이다. 서산경찰서 앞에 과속을 경고하는 슬로건이 붙어 있다. “그렇게 급하면 어제 오지 그랬슈” 참으로 기발한 슬로건이다. 이제는 빨리빨리와 이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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