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 달에 한 번씩 경영자를 위한 온라인 강의를 촬영합니다. 7-8분 분량 정도 되는 영상인데요. 3년 넘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촬영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하는데 그날따라 한 시간 정도 일찍 오게 됐습니다. 점심 시간이라 딱히 할 일도 없어서 출연자 대기실에서 제 사진, 즉 셀카를 찍었습니다. 그러다가 거기 큰 거울이 있어서 거울에 비친 모습을 찍어봤죠. 네, 맞습니다. 연예인들이 많이 찍어서 올리는 그런 사진입니다.

거울 속에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과 전면카메라를 이용해서 찍은 제 사진은 좌우가 대칭인 모습이죠. 제가 워낙 사진을 찍지 않아서 그런지, 저는 거울 속의 사진이 훨씬 익숙하고 실제 제 모습을 찍은 사진은 좀 이상했습니다. 저는 제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만 보니까요. 제 온라인 강의를 처음 봤을 때 딱 그랬습니다. 분명히 제 모습인데, 너무 어색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만 제 얼굴은 좌우가 대칭이 아니거든요. 또 평생 저는 왼쪽 가르마를 탔습니다. 그런데 거울 속에 있는 저는 오른쪽 가르마를 타고 있잖아요. 사실 거울 속의 제가 오른 가르마를 타고 있지만, 실체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왼쪽이라고 인식할 뿐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평소에 거울을 보며 자신의 좌우가 바뀐 모습이 본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꿈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 단락은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의 지식이 전혀 없이 쓰기 때문에 이쪽 전문가들은 양해 바랍니다. 저는 꿈이 참 신기한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뇌가 만들어낸 조작이 아닐까 생각하죠. 왜냐하면 꿈의 시점이 이상해서 그렇습니다. 꿈에서는 제가 움직이는 것을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서도 느낄 수도 있잖아요. 현실에서 우리는 뭔가를 할 때 나를 3자의 시점에서 볼 수가 없는데, 꿈에서는 가능하죠. 즉 나를 관찰하면서도 행동의 주체가 되는 것이죠. 앞으로 기술이 매우 발달해서 꿈을 모니터에 재현할 수 있게 되면, 아마 꿈 속의 나는 실제 내 모습이 아니라 좌우가 뒤바뀐 거울 속의 나 아닐까요? 얼굴이 그렇다는 얘기죠. 평소에 내 얼굴을 볼 수 있는 게 거울을 통해서 보니까요. 물론 셀카를 많이 찍어서 맨날 자기 모습을 보고 있는 사람은 예외겠지만요. 나의 뇌도 나의 진짜 모습을 모르는 겁니다.

내가 보는 나와 남들이 보는 내 모습이 이렇게 다르다는 게 재미있지 않나요? 소통이 어려울 수밖에 없죠. 혹시 동료나 주변 사람들이 여러분의 진심을 몰라줘서 안타가운 적 없으신가요? 그런데요. 사람들은 자기자신에 대해서는 의도를 가지고 판단하고, 타인에 대해서는 행동을 가지고 판단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내 의도를 몰라준다면서 서운해하고 안타까워하지만, 그건 당연합니다. 남의 속마음은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재미있는 건 남들이 보는 모습이 진짜라는 사실입니다. 내가 보는 나는 실제와 반대인 모습, 거울 속에 있는 모습입니다. 남들이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게 더 옳은 것이란 얘기죠. 셀카를 더 자주 찍어서 내 모습을 자주 봐야겠습니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capomaru@gmail.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