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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근태입니다. 얼마 전 제 딸을 시집 보냈습니다. 딸을 결혼시킬 때 섭섭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데 전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들을 하나 얻은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그래도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좀 있어 다음과 같이 편지를 써서 그녀의 가방에 넣어 주었습니다. 제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세상에 딸 가진 모든 아버지들은 비슷한 생각을 할 겁니다. 그래서 공유합니다.

누군가 제게 누구를 만났을 때 가장 기뻤느냐고 물어보면 전 지체 없이 제 딸 화영이를 처음 만났을 때라고 답할 겁니다. 공항에서 아내 품에 안겨 있는 그녀를 봤을 때 입니다. 제가 내 애기구나, 내가 아빠가 되는구나, 내가 그녀를 책임져야 하는구나. 사실 책임감 따윈 별로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그 보다는 그녀가 제게 준 기쁨이 훨씬 컸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제게 언제가 가장 행복했느냐고 물어보면 전 주저 없이 답할 수 있습니다. 화영이를 키울 때, 화영이와 뒹굴며 놀 때, 그녀가 처음 아빠라고 불렀을 때, 그녀가 일등을 했을 때, 그녀가 좋은 짝을 데리고 왔을 때. 그녀는 제게 천사입니다. 제게 가장 큰 축복입니다.

누군가 제게 언제 가장 기쁘냐고 물어보면 전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습니다. 화영이를 위해 맛난 걸 사 줄 때, 화영이와 함께 여행을 갈 때, 화영이와 낄끼덕될 때 그녀는 저를 자주 놀립니다. 아니 놀리는 게 취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저는 놀림을 당하는 게 좋습니다. 그 안에 사랑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밝고 명랑합니다. 예쁘고 날씬합니다. 공부도 잘 합니다. 엄마에게도 잘 하고 동생도 잘 보살핍니다. 물론 제게 가장 잘 합니다. 제가 피곤해하면 옆에 누워 안마도 해 주고 얼굴에 팩도 붙여줍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우리 딸이 그윽한 눈빛으로 아빠를 보면서 저를 사랑해주면 모든 피곤이 사라집니다. 세상에 이런 자식은 없을 겁니다. 

그런 제 딸이 이번에 시집을 갑니다. 좋은 신랑을 만나 시집을 갑니다. 참으로 잘 된 일입니다.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참으로 축하할 일입니다.

누군가 제게 화영이에게 무엇을 바라느냐고 묻는다면 전 바라는 게 별로 없다고 바로 말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난 30년 동안 너무 많은 기쁨과 사랑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또 물어본다면 한 가지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녀가 받은 사랑을 신랑과 자식에게 주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 사랑을 이웃과 사회를 위해 베풀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정말 기쁜 날입니다. 우리 화영이가 시집을 가는 날입니다. 화영아, 희수야 고맙고 고맙다. 잘 살아라. 사람들에게 이렇게 멋지게 사랑하면서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줘라.

2016. 6. 12 세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하는 아빠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