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Han's Coaching Letter From CMI
 
   
 
  음식관련 프랜차이즈 대표는 프랜차이즈를 뽑을 때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음식점 경험이 없을 것”을 꼽는다. 프랜차이즈는 업의 본질이 카피이다. 본사의 맛과 품질을 언제 어느 곳에서든 똑같이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같은 식자재를 같은 프로세스로 해야 하고 그런 만큼 표준작업 매뉴얼이 중요하다. 음식점 경험이 없는 사람은 본사의 지시대로 충실히 모든 일을 수행한다. 반면 음식점 경험이 있는 사람은 기존의 알량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꾸 딴짓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 이를 경험한 사장이 경험 없는 사람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네트워크마케팅에서 최고위직에 오른 사람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그는 업의 특성상 새로운 사람을 뽑고 교육시키는데 가장 높은 비중을 둔다. 그 역시 가장 많은 시간을 거기에 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디 가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들을 설득해서 이 업을 하게 만들까를 가장 많이 고민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나 뽑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가려서 뽑습니다. 이상한 사람이 오게 되면 라인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전 기존에 네트워크마케팅 경험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 뽑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회사는 인간존중의 철학을 바탕으로 일을 하는데 다단계 비슷한 곳에서 일했던 사람은 오염이 되어 있어 딴 짓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무슨 얘기를 해도 그런 사람들이 꼭 뒤에서 고춧가루를 뿌립니다. 전 오히려 무경험자, 네트워크마케팅에 대해 모르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사람들이 순수해 가르쳐 주는대로 팍팍 입력이 되거든요.” 

대치동에 있는 최선어학원 송오현 원장 역시 학원 경험이 없던 것이 학원사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고백을 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할 때까지 학원 근처를 간 적도 없었는데 우연히 친구를 도와주면서 학원과 인연을 맺게 되고 학원사업에 눈을 떠 큰 성공을 거둔다. 그가 본 원장과 선생과의 관계는 물과 기름 같은 관계였다. 같은 일을 하지만 전혀 섞이지 못하고 따로 노는 것이다.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오랫동안 이상적인 원장과 선생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원장의 역할도 생각했다. 그가 생각한 업의 본질은 “열심히 가르쳐서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오게끔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세 가지를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첫째, 선생님들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학원, 오면 행복한 곳으로 만들자. 이를 위해 그는 교무실을 없애고 선생님마다 각자의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둘째,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배운 것은 모든 선생님들과 공유한다는 것이다. 영어를 가르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그는 영어선생님을 모시고 매일 영어수업을 받는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외에도 수시로 다양한 분야 관련 공부를 한다. 또 배운 것은 반드시 선생님들에게 알려준다. 셋째,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험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잘못된 경험, 생각하지 않는 경험은 조건이 바뀔 때 오히려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잘 빠진다는 경험의 덫이 그것이다. 경험의 덫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다양성의 확보다. 관심의 폭을 넓혀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만나는 사람을 다양화해야 한다. 회사원인 경우에는 회사 사람 외의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회사 내에서도 한 가지 일만 하는 것보다 순환근무, 해외근무, 부서간 잦은 접촉이 도움이 된다. 그럼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주기적으로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임원진의 나이와 성별도 다양화하면 도움이 된다. 획일화된 개인과 집단이 가장 위험하다. 이들은 한방에 훅 갈 수 있다. 

경험이 많다고 일을 잘하는 건 아니다. 경험이 많다고 반드시 전문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경험, 생각 없는 경험을 오래 하면 전문가 대신 원주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 원주민이란 아무 생각 없이 그 동네에 오래 산 사람이다. “우리 것이 최고여, 우리 부서가 없으면 회사는 쓰러져, 니들이 뭘 알아, 내가 왕년에 말이야…” 이런 말을 자주 쓰는 사람, 자기 외에 모든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 중 원주민이 많다. 

예전에는 대한민국 가을 하늘이 최고라는 얘길 곧잘 했다. 요즘엔 없다. 다른 나라 하늘을 보는 순간 이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 부서가 최고라는 주장은 다른 부서에 대한 이해가 제로란 사실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경험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경험이 전부는 아니다. 경험이 최고의 스승이긴 하지만 우리는 경험에서 배우는 게 아니다. 그 경험에 대해 생각하면서 배운다. 생각하지 않는 경험보다는 무경험이 낫다. 무경험도 경험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