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다면평가 결과, 낮은 점수를 받은 팀장을 코칭한 적이 있었다. 3회만 하는 짧은 코칭이었는데, 첫 번째 만남에서 고객은 다면평가 결과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동안 본인이 직원들에게 들었던 말과 다면평가 결과가 너무 달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직원들에 대한 배신감으로 잠도 못 자고 있으며, 직원들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결과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으니 코칭 진행이 어려웠다.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일단 첫 세션은 고객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 줌으로써 고객과 신뢰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끝을 냈다. 두 번째 세션 때는 고객이 달라졌으려니 하는 기대를 하고 만났다. 하지만 고객의 분노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직원들에 대한 배신감, 회사에 대한 억울함 등을 다시 쏟아 내었다. 전혀 앞으로 전진하지 못 하고 첫 세션과 마찬가지로 계속 불만을 뱉어내었다. 이제 이 세션으로 코칭을 종료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순간이었다. 그래서 고객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이 결과를 팀장님께서 믿지 못하고 계시니 제가 직접 직원들하고 전화 인터뷰를 한다면, 제가 한 인터뷰 결과는 믿어 주시겠습니까?” 고객은 내가 직접 직원들과 면담한다면 그 결과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인사팀과 상의한 후 2명의 직원과 전화 면담을 실시했다. 불행하게도 면담 결과는 다면평가 결과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더욱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이 얘기를 팀장에게 그대로 전달하면 좌절해서 어쩌면 퇴사를 결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불현듯 직원들의 팀장에 대한 불만 사항을 미래에 개선되기를 원하는 긍정 언어로 전달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문제 발생 시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린다’라는 직원들의 불만을 ‘앞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팀장이 직원들과 함께 해결책을 토의한 후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른 팀에게 대응해 주기를 원합니다’라는 식으로 팀장에게 전달했다. 또한 ‘직원들에게 자주 화를 낸다’라는 불만은 ‘직원들 행동이 팀장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차분하게 이유를 설명해 주기를 바랍니다’라는 식으로 얘기했다. 그랬더니 팀장이 직원들의 견해를 순순히 받아들이면서 진지하게 개선점을 함께 고민했다. 도중에 그만둘 뻔한 코칭이 반전되는 순간이었다. 뇌 과학에서 인간은 부정적 얘기(Negative emotional attractor)를 들으면 몸에서 아드레날린 등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서 주변 상황을 올바르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의사가 ‘섭생 처방대로 먹지 않아 상태가 더 악화될 경우 팔다리를 잘라야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먹는 것을 조심하라’라는 식으로 겁을 주는 부정적 언어로 전달하면 섭생 처방대로 따를 확률이 50%밖에 되지 않는다. 반대로 긍정 언어(Positive emotional attractor)를 얘기하면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등 호르몬이 분비되어서 생각이 창의적이고 수용적으로 된다고 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섭생 처방을 전달할 때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으냐고 물어본 후,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섭생 처방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할 때 환자들은 훨씬 더 섭생 처방을 잘 지킨다고 뇌 과학자들은 얘기하고 있다. 부정 언어와 긍정 언어는 동전의 앞뒤일 뿐이다. 말하기 전 잠깐 멈추고 우리 부정적 언어를 뒤집어 보면 어떨까?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soh5813@naver.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