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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적 리더십 이론이 있다. 어디서나 잘 통하는 효과적인 리더십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맞는 리더십이 효과적이라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근속기간이 긴 박사급 인력들로 이루어진 연구소에서 잘 통했던 리더십이 젊은 알바 인력이 대다수인 외식업체에서도 통할까? 물론 ‘신뢰’ 같은 공통적인 부분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요소도 분명 존재한다.
구성원의 속성이 다르면 리더십도 달라져야 하는데, 이런 것이 상황요인이다. 구성원의 속성 외에도 리더에 대한 호의도, 즉 리더가 신뢰를 받고 있고 적절한 권한을 갖고 있는지 혹은 신뢰를 구축하지 못하고 재량권이 없는지에 따라서 리더십의 접근법도 달라진다. 또한 과업의 구조화 정도와 조직의 특성에 따라서 필요한 리더십은 달라진다. 한마디로 만병통치약 같은 리더십이 있지 않고, 상황 맞춤형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칭도 그렇다.

수재들을 이끌어야 할 때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부하직원이라면 어떨까? 제일 주의해야 할 것이 그들과 경쟁하려 들거나 자신보다 뛰어난 점을 누르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보면 질시하는 마음을 통제해야 한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의 상사였던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 설립자 플렉스너는 아인슈타인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하면서 20세가 가장 위대한 과학적 진보를 이루는데 기여했다. 그가 말하는 뛰어난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십에 대한 지혜로운 방안은 다음과 같다. (책 <아인슈타인의 보스>, 참조)
첫째 그들과 경쟁하려 들지 말고, 둘째, 쓸데 없이 관여해서 창의성을 가로막지 말라는 것, 셋째, 입 다물고 경청하라는 것, 넷째 최대한 투명성을 보이라는 것, 다섯째 투입 대비 산출을 따지는 화학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연금술을 추구하는 것, 즉 위계가 없는 조직으로 운영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는 것 등이다. 플레스너는 스스로 ‘나는 천재가 아니다’라고 되새김을 하면서 에고를 컨트롤했다고 한다. 수재급의 인재들을 리드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될 지침이다.

고성과자들을 코칭할 때
수재는 아니어도 조직에는 일을 아주 잘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리드하고 코칭할 때 피해야 하는 것은 잘 해낸 일을 당연시하면서 피드백이 없는 것, 사소한 잘못을 지적하고 교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또 일의 중요성이나 의미는 공유하지 않은 채 일만 떠넘기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고성과자들도 번아웃되고 사기가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이 잘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책임과 권한을 더 주어야 한다. 그들이 꼭 필요한 존재임을 알려주고 더 잘하도록 동기부여 해주어야 한다. 앞으로의 성장에 관심을 가져주고 역량 개발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뛰어난 직원일수록 충분히 인정해주고, 앞으로의 성장을 함께 고민해줄 때 윈-윈의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저성과자들을 코칭할 때
조직에는 저성과자들도 있다. 그들은 동기가 떨어져 있고 몰입도도 낮다. 열심히 일하지 않으니 당연히 성과도 떨어진다. 만약 이들에게 타인 앞에서 인간적인 모멸감을 주게 된다면 수동 공격성(passive aggressiveness)만 불러 일으키고 교정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상사가 자신을 신뢰하지 않고 문제시한다는 것을 알면 바로 방어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역시 만병통치약 같은 처방은 없다. 우선 일과 사람을 분리하여 접근하라는 것. 즉 성과가 낮다고 사람을 바보 취급하거나 무능력자로 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고충도 들어줘야 한다. 그렇다고 좋은 게 좋다는 식은 안 된다. 분명한 성과 목표를 반복적으로 얘기해주고, 고쳐야 할 점은 건설적으로 제안해 줄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런 조언과 제안에 따르느냐는 그 사람의 선택임을,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도 그 사람의 몫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업에서 다양한 리더들과 팀을 만나면서 리더십과 코칭도 결국은 사람에 대한 공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성숙한 리더, 훌륭한 코치일수록 타인을 일방적으로 재단하지 않고 존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 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