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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한 스타트업의 직원들과 강점을 중심으로 코칭을 진행하고 있다. 그 직원들 중에는 K팀장이 있는데, 그는 창립 멤버로서 대표의 곁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오고 있는 성실한 사람이다. 최근 K팀장과 코칭 시간을 가졌는데, 그는 안 그래도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빠르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K팀장은 코칭을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나서야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사람이라, 약간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 채용한 신입 직원의 근무 태도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는 것이었다.

그 회사는 얼마 전 처음으로 공고를 통해서 신입직원을 뽑았다. 대표는 K팀장에게 “K팀장이 함께 일할 사람이니, 본인이 살펴보고 최종 의견을 주면 좋겠다”고 K팀장의 의견을 존중해주었다. 내심 부담감을 느꼈지만 다행이 지원자 중에 이쪽 분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추천을 했고 무난히 채용이 되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직원의 성향이 자신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신입이 근로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회사에 대한 얘기를 그들에게 하는 것이 신경이 쓰입니다. 그리고 저도 최근 새로 일을 맡은 상태라 아직 완벽하게 알지 못한 상황인데, 자꾸만 제게 해답을 물어옵니다. 게다가 저희 회사가 아직 시스템이 완전하게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인데, 왜 그게 없느냐고 반문을 합니다. 사무실에서도 목소리도 커서, 제가 차분하게 일을 할 수가 없게 만들어버려요.” 

신입의 그런 행동은 K팀장을 불편하게 했고 서서히 그를 향해서 불만이 쌓여가는 중이었다. 다행히 K팀장의 배려로 추후 신입도 우리의 강점그룹코칭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미리 강점 진단을 마친 상태였다. 진단결과를 보니 신입은 ‘회고, 정리, 집중, 책임, 존재감’의 재능 테마로 실행력에 강점이 많았는데, 이는 ‘절친, 책임, 화합, 개발, 공감’의 재능 테마로 대인관계에 강점이 많은 K팀장과는 사뭇 달랐다. 나는 K팀장과 함께 신입 직원의 테마를 살펴 보며, 신입사원의 재능 테마에 따라 그가 보여줬던 행동을 해석해보도록 했다. 그러던 중 K팀장은 자신과 신입이 공통적으로 ‘책임’테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때부터 K팀장은 좀 더 편안한 태도로 신입의 행동과 의도를 묘사하기 시작했고, 현재 회사에 신입의 그런 강점들이 필요하다는 해석까지 이끌어 내었다. 

더 흥미로웠던 경험은 다음 날 신입직원과의 전화 코칭 때 있었다. 아직 사회 경험도 많지 않고 코칭 경험도 없는 신입이 일면식도 없는 코치와의 전화 코칭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금 걱정했는데, 내 걱정은 완전히 기우였다. 코칭이 끝나고, 신입 직원은 “강점 진단을 통해서 내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었고, 주위에서 오랫동안 얘기를 들어오던 습관에 대해 구체적인 개선계획을 가질 수 있었다”며 좋아했다. 

그렇게 전화 코칭이 끝나고 얼마 후, 대표는 두 사람과 함께 얘기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고 세 사람이 ‘브이’사인을 하고 찍은 사진과 함께 “우리 회사가 가진 최고의 복지는 코칭입니다”라며 메세지를 보내왔다. 코치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받은 것 같아 기뻤다. 작년에 코칭을 시작할 때만 해도 ‘창업 후 5년’이라는 힘든 기간을 지내오느라, 대표를 비롯해 모든 멤버들이 에너지가 떨어져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강점 중심의 코칭을 통해 멤버들이 서서히 자신의 강점을 수용하고, 다른 멤버들의 강점도 이해하면서 상대를 이해하는 폭도 넓어지고 서로에게 감사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금 강점의 힘을 느꼈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유리공과 같다”는 어느 고객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일은 고무공과 같아서 떨어뜨려도 다시 집어 올릴 수 있지만, 인간관계는 유리공과 같아서 실수해서 떨어뜨리면 돌이키기가 어렵다. 그래서 관계에서 상대의 강점에 초점을 맞추는 건 매우 현명한 선택이다. 강점을 본다는 것은 상대가 지닌 고유한 특성을 포용하겠다는 개인의 의지적 선택이다. 이는 나아가 조직이 다양성을 확보하는 첫 번째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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