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리더십
고현숙 (코칭경영원 대표, 경영학박사)
IQ와 EQ
대니얼 골먼은 3,800명의 미국 기업 간부를 조사한 연구에서, 감성 능력을 습득하고 훈련하는 것이 리더십의 필수 요건이라고 결론 내렸다.감성 지능(EQ)이 높은 리더가 그렇지 않은 리더보다 직무 수행력과 실적이 훨씬 뛰어났기 때문이다. 모든 종류의 직업군에서는 IQ와 EQ가 차지하는 성공 비중은 각각 33%와 66%였고, 특히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직업인 관리자 직군(People Managers), 임원(Executives), 고객 담당자(Customer Service) 등에 있어서는 EQ가 무려 85%였다. IQ는 15%에 불과했다. 똑똑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일반적 통념과는 정 반대로,마음을 읽을 수 있고 거기에 맞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결론이다.
어느 상사의 체험담이다. 지방 출장이 있어 새벽에 서울역에 갔는데 함께 가기로 한 직원이 그제서야 몸이 좋지 않아 출장을 못 가겠다는 전화를 한 것이다. 상사는 화가 났고 혼내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하지만 화를 참고 이렇게 얘기했다. “우선 몸을 회복해야지. 당황스럽지만 어쩌겠나, 우선 내가 처리한 후 나중에 결과를 알려줄 테니 그 때 의논합시다.”
무척 부지런하고 자기관리가 철저한 이 상사가 그 상황을 참아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화가 났지만 직원 입장을 생각해봤습니다. 어차피 출장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가뜩이나 몸도 아픈 데 제가 벼락치듯 화까지 내면 마음만 불편했겠죠. 나중에 직원 얘기를 들어보니 참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출장 못 가겠다는 전화를 했을 때 팀장님 반응에 놀랐습니다. 단단히 혼날 각오를 하고 걸었거든요. 출장 후 결과를 메일로 보내주셨을 때 감동받았습니다. 그때 팀장님이 저를 사람 취급 안 하셨다면 저는 눈치나 보면서 지냈을 겁니다. 지금은 저를 믿어주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말 마음을 다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의 고수와 하수
사람은 논리만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직원들에게 “월급 값을 해야지! 회사가 자선단체라서 당신에게 월급 주냐?”는 일차원적 자세로 대한다면 아직 갈 길이 먼 하수다.
고수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저 사람은 꿈이 있고, 흥분과 실망을 맛보면서 살아가는 인격체다. 아직 나오지 않은 가능성도 있고, 나로부터 인정받기를 바라고, 어떤 조건만 되면 열정을 다해 기꺼이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다.” 누가 더 조직원 안에 내재한 열정과 가능성을 이끌어내어 헌신적으로 일하게 만들겠는가?
하수는 이렇게 질책한다. “지금까지 도대체 뭐했나? 지금 뭐 하자는 건가?” 이런 질책은 직원들에게 조급함, 죄책감, 저항감, 방어적 태도 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감성 리더들은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이 일은 정말 중요하네. 지금까지 잘 안 된 요인이 무엇인가?”라고 원인을 차분히 파악한다. 그 다음에 “지금부터 빨리 진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나?” 라고 실제적으로 일을 진전시키는 데 집중한다.
경제 위기 시대의 리더십
지금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한다. 세계경제 위기보다 훨씬 더 큰 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이럴 때 리더십과 조직문화가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 원래 밀물일 때는 바닥의 참모습을 보기 어려운 법이다. 겉으로 배들은 모두 똑같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썰물이 되면 비로소 바닥이 드러난다. 자갈더미와 암초가 드러나고 떠있는 듯 보였던 배들도 그 울퉁불퉁한 바닥 사이에서 녹슨 하체를 내보이고 만다.
위기가 왔다고 겁만 주는 리더십, 위기니까 독재가 필요하다며 나만 따르라는 독선의 리더십, 나만 우선 살고 보자는 보신형 리더십…이제는 이런 리더십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위기 때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공감하게 만들면서 겁 먹은 조직원들에게 강력한 비전을 주는 그런 빛나는 리더들을 보고 싶다. / Helenko@coachi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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