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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퇴근은 리더십의 잣대다

김종명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직장에는 대체로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 ①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 ②시키는 일만 잘하는 사람 ③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잘하는 사람 ④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잘하는 사람. 이들은 외형적인 특징이 있다.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별로 바빠 보이지 않는데 반해, 일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바빠 보인다. 코칭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은 코칭 스케줄을 잘 지킨다. 이와 달리 실적이 저조한 사람일수록 스케줄을 잘 지키지 못한다. 일정을 스스로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 그렇지 못한지가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다.


코칭을 하면서 만난 최악의 사람이 있다. 이 분은 코칭 일정을 제 날짜에 지킨 적이 거의 없다. 몇 번 씩이나 스케줄을 어기고 나서야 겨우 코칭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코칭을 하는 내내 집중하지 못했다. 이 분의 출퇴근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제일 일찍 출근해서 제일 늦게 퇴근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회식을 하고 난 후에도 회사로 돌아와서 일을 하곤 했다. 회사에 있는 시간은 많지만 피로가 누적되어, 집중해서 일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의 효율은 현저하게 낮았다.

칼퇴근은 조직 문화적 측면의 영향 강해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분인데 칼퇴근을 하는 분이 있었다. 이 분은 ‘칼퇴근은 그 사람의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일을 마무리 하지 않은 채로 퇴근하는 것은 칼퇴근이 아니라, 조퇴라고 했다. 칼퇴근은 자신의 일을 모두 마무리 하고 난 후에 정시에 퇴근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 분은 아침에 다른 사람들보다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서 그 날 처리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분석한다고 했다. 무작정 일에 덤벼드는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해 연구하고 난 후에 체계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자신의 비결이라고 했다. 이 분은 말했다. “정시에 퇴근하는 것은 엄청난 능력입니다. 이는 일을 체계적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에 끌려다는 게 아니라 일을 통제하면서 하는 걸 말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매일 늦게 퇴근하느라 피로에 찌들어서 다음 날 지각을 면하는 정도의 시간에 허겁지겁 출근해서, 그 날 해야 할 일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해 보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회의에 불려 다니고, 상사의 긴급한 지시사항을 처리하다보면 파김치가 됩니다. 그러다 보면 정작 자신이 하루 종일 무얼 했는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퇴근할 시간쯤에야 비로소 정신을 차립니다. 이건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일에 이끌려 다니는 겁니다.”

개인의 창의력과 역량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변수인 정시 퇴근은, 위의 사례에서처럼 개인의 역량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지만, 실제로는 조직 문화적 측면이 더 큰 요인이다. 코칭을 하면서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는 정시 퇴근을 안 하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아느냐? 당신은 현실을 모른다.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환경이 전혀 조성되어 있지 않다.’ 이들이 말하는 정시 퇴근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로 이렇다. ①직장의 분위기가 야근을 강요하고 있다. 윗사람들이 야근하는 것을 좋아한다. 정시에 퇴근하면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으로 낙인찍고,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을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②성과가 나쁘면 일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야근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③상사가 퇴근을 하지 않는데 부하로서 먼저 퇴근을 하는 게 눈치가 보인다. ④일이 너무 많다.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야근을 하지 않으면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마무리하기 어렵다. ⑤일을 제때 끝내고 정시에 퇴근하면 업무가 적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업무를 준다. 적당히 일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 ⑥다른 사람들은 일하고 있는데, 혼자만 퇴근하면 팀워크를 해친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야근을 하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시적으로는 야근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지속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야근을 하고 있다면, 리더는 자신의 능력과 리더십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팀 전체의 업무에 대해 체계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 빨리 퇴근합시다” “김 과장 왜 빨리 퇴근 안합니까?” “김 부장 빨리 퇴근시키세요”…. 이런 공허한 멘트를 날리는 무책임한 상사가 되어선 안 된다. 정시 퇴근을 강조하기 위해, 퇴근시간이 되면 건물의 모든 불을 끄는 회사가 있었다. 직원들은 일이 남아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회사는 일방적으로 건물의 불을 모두 꺼버렸다. 일주일이 지나니까, 진짜로 남아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개인 전등을 구입해서 일하는 웃지 못할 현상이 발생했다. 정시 퇴근은 입으로만 떠벌이는 캠페인이 아니다. 회사의 전반적인 상황과 업무시스템, 직원들의 역량 등에 대한 철저한 연구 없이 입으로만 정시 퇴근을 외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매출액이나 목표달성율, 이익률 등이 지나간 실적을 알려주는 후행지표라면, 정시 퇴근은 미래의 성과를 미리 알려주는 선행지표다.

똑같은 방법으로 일하면 다른 결과 나오지 않아

지인에게 들은 얘기다. 어떤 IT 업체에 새로운 CEO가 왔는데 회사의 상황이 매우 어려웠다. 성장은 정체해 있었고, 직원들은 상시적으로 야근을 했으며, 이직률도 매우 높았다. CEO는 직원들의 업무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야근 금지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원칙적으로 모든 부서는 야근을 할 수 없으며 꼭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총무부에 사유를 밝히고 야근 쿠폰을 발급 받도록 했다. 어떤 경우에도 한 부서가 한 달에 6장 이상의 야근 쿠폰을 발급받을 수 없도록 했다. 이 조치에 따라 직원들은 스스로 업무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전사적으로 업무 시스템 개선 노력을 기울였다. 야근 금지 후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서 대부분의 직원들이 정시에 퇴근할 수 있었고 이직률도 낮아졌다고 했다.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는데도 성과가 잘 나지 않는다면, 정시 퇴근에 리더의 모든 관심을 집중해보라. 직원들이 정시에 퇴근하지 못하는 이유가 기업이 처한 상황 때문이라면, 리더는 발 벗고 나서서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직원들의 업무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면,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이와 달리 리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면, 리더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보완해야 한다. 정시 퇴근은 로망이 아니다. 리더의 역량이 잘 발휘되고 있는지, 자신의 리더십이 잘 작동되고 있는지의 잣대가 바로 직원들의 칼퇴근이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똑같은 방법으로 일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정신이 이상한(insane, 미친) 것이다”.


원문: 이코노미스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243&aid=0000004223&sid1=001&lfrom=kak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