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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할 때 생각을 집중하는 주제를 ‘화두’라고 한다. ‘이뭣고?’가 대표적인 화두다.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오직 ‘이뭣고’라는 화두에 집중한다. 집중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날 홀연히 깨달음을 얻는다고 한다.
이 방식을 코칭에 적용했다. 상대방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최고의 리더가 될 수 있을까요?” 최고의 리더가 어떤 의미인지, 최고의 리더가 되면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에 대해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고 난 후에 제안했다.
“2주일 후에 만날 때까지 ‘어떻게 하면 최고의 리더가 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한시도 잊지 말고 집중해 보면 어떨까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떻게 하면 최고의 리더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출근할 때도, 회의할 때도, 점심 먹을 때도, 저녁에도, 다른 모임에 갔을 때도 한시도 잊지 않고 이 주제에 몰입하는 겁니다.”

상대방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2주일 후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 분은 질문에 몰입했다. 시도 때도 없이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회의할 때도 ‘최고의 리더는 이럴 때 어떻게 할까?’하고 자신에게 물었고, 짜증나는 피드백을 해야 할 때도 자신에게 물었고, 어려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도 질문에 몰입했다. 그러던 중 자신이 이미 최고의 리더처럼 행동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짜증이 없어졌으며, 화를 내는 것도 없어졌다. 오직 질문만 했을 뿐인데, 자신이 이미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걸 보면서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또 물었다. “당신은 최고의 아버지입니까?” 그분은 즉시 대답했다. “아닙니다.” 최고의 아버지가 무슨 뜻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렇게 되면 어떤 점이 좋은지 등 우리는 한참동안 ‘최고의 아버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요청했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어떻게 하면 최고의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몰입하자. 효과는 놀라웠다. 아이들에게 잔소리하지 않는 아버지, 믿고 기다려주는 아버지, 존중하는 아버지 등 자신이 되고 싶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자신이 변해가고 있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마치 자동항법장치에 의해서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처럼, 자신도 질문이라는 자동항법장치에 의해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걸 느꼈다고 했다.

모 교육청의 요청으로 ‘교사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교사들은 가르치는 데 전문가들이다. 이들에게 어떤 내용으로 강의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질문을 몇 개 만들었다. ①여태까지 만났던 교사들 중에서 닮고 싶은 분은 누구입니까? 그분의 어떤 점을 닮고 싶습니까? ②여태까지 만났던 교사들 중에서 최악의 사람은 어떤 분이었습니까? 그분의 어떤 점이 나빴나요? ③정년퇴임 할 때 학생, 후배교사, 학부모들에게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④교사로서 자랑스러운 것은 무엇인가요? 꼭 실천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그 외에도 많은 질문을 했다. 질문에 대해 선생님들이 서로 토론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선생님은 이래야 됩니다. 저래야 됩니다.’ 하는 등의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 오직 질문만 했다. 강의를 마칠 때 선생님들이 말했다. “오늘 좋은 것 많이 배웠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가르친 게 없었다. 다만 질문만 했을 뿐이다.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하면 질문을 잘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질문에도 기술이 있다. 많이 훈련해야 한다. 그러나 코칭을 직업으로 하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질문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뭐지?’하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명령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질문으로 바꾸면 된다.
A그룹 L상무가 말했다. “제가 질문의 기술에 관련된 책을 읽다가 깨달은 게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어떤 질문을 할까’를 깊이 고민하는 게 바로 질문의 기술입니다. 고민의 깊이가 질문의 깊이입니다.” 놀랍다. 촌철이다. 그렇다. ‘이럴 때 어떤 질문을 하지?’하고 고민하는 게 바로 질문의 핵심이다. 그렇게 되면 내면의 모든 것이 질문에 집중한다. 질문에 반응한다. 질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자동항법장치가 되어준다.
석가모니가 말했다. ‘사람의 마음은 그가 자주 생각하는 것을 향해 움직인다. 즉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된다.’ 이게 바로 자신이 몰입하는 질문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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