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를 만났다. 그 여자가 너무 마음에 든다. 그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엄청 애를 쓴다. 소개팅이 끝날 즈음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입을 맞추려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귀싸대기를 맞거나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내 사랑은 진심인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그 사랑이 결실을 맺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이에 밀려 소개팅을 시작했다. 몇 번 하고 났더니 다 그만그만하다. 거절하는 것도 싫어 화장도 하지 않고 머리도 질끈 묶고 집에 입던 차림으로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 상대는 역시 기대할 것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건성으로 답하고 질문도 하지 않고 그야말로 쿨~하게 앉아 있다 집에 왔다. 근데 그쪽에서는 난리가 났다. 너무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뭐가 마음에 들었는지 알아봤더니 자연스런 모습이 좋았다는 것이다. 상대를 거절하려고 아무렇게나 하고 갔는데 그게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니 참 세상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장수와 비혼이 핵심 이유 중 하나이다. 나이든 남자 여자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가 크지만 난 개인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괜찮은 여성들은 급속히 늘어가지만 거기에 맞는 남성의 숫자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주변을 보면 괜찮은 노처녀는 차고도 넘친다. 하지만 괜찮은 남성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괜찮다 싶은 남성은 조기품절이다. 아예 씨가 말랐다. 여성들은 아무리 급해도 자기보다 못한 남성과는 결혼하지 않는다. 그게 여성의 본성이다. 또 다른 이유는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제한이 많았다. 신분의 제한, 공간의 제한, 나이의 제한이 있었다. 당연히 자신의 배우자 감은 한정적이다. 다른 동네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대충 그 안에서 배우자를 찾아 결혼하고 살았다. 지금은 모든 제한이 사라졌다. 두 사람이 눈만 맞으면 나이, 신분, 직업 모든 것을 극복하고 결혼할 수 있다. 국제결혼이 늘어난 것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반증이다. 근데 그 얘기는 뒤집어 생각하면 결혼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일단 눈이 엄청 높아졌다. 인물은 송중기에게 맞혀져 있다.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 돈은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 2세 실장 정도이다. 성격은 유재석이다. 겉으로는 기준이 낮다고 하지만 다들 거기에 익숙해진 눈을 갖고 있다. 일단 그런 조건을 만족시킬 남자는 세상에 없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배우자 감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결혼이 쉽지 않다. 설혹 그런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이래저래 노처녀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얼마 남지 않은 괜찮은 남자들 입장도 그렇다. 신사의 품격이란 드라마를 보면 대부분 30대 후반인데 다들 결혼에 대해 의지가 없다. 시장이 좋아졌고 물이 좋아졌고 자신과 같이 괜찮은 남자는 상종가를 기록 중이다. 만나는 여자들마다 자신이 좋다고 하는데 굳이 결혼할 이유가 없다. 한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는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구태여 자기 무덤을 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래저래 결혼은 매력적인 선택이 아닌 것이다. 사람은 청개구리 같은 본능을 갖고 있다. 뭔가 하고 싶다가도 남들이 하라고 하면 하고 싶지 않아진다. 사랑도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사랑해서 결혼하려고 했는데 사랑을 하라고 강요하면 사랑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두 남녀를 사랑에 빠뜨리는 최선의 방법은 그 사람을 금지시키는 것이다. 그럼 그때부터 두 남녀는 뜨겁게 사랑을 시작할 것이다. 뭐든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사랑이 그렇다. 사랑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노력해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와 결혼하는 것은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지 애국차원에서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애를 낳는 것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 낳는 것이 아니다.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런 일이다. 사회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건 알겠다. 결혼하지 않으니 애를 낳지 않고 그건 미래 국가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펴는 정책들을 보면 뭔가 억지스럽다. 마치 장려금을 주면서 결혼을 유도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결혼에 생각없던 사람이, 애를 낳지 않으려는 사람이 그런 정책이나 장려금 때문에 결혼을 결심할 같지는 않다. 헛돈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랑, 결혼, 출산 같은 문제는 개인의 선택으로 놔두면 어떨까 싶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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