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은행 지점장 교육을 간 적이 있다. 얼마 전 대규모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은행이다. 이들은 다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쉬는 시간에도 거의 얘기하지 않고 다들 스마트폰만 봤다. 그 중 한 사람에게 과정이 어땠는지 물어봤다.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말이 명예퇴직이지 사실은 퇴직을 통보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위에서 전화를 해서 용단을 내리라는 식으로 얘기했지요. 그래서 전화만 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한번은 강원도 가는 길에 낯선 번호가 떴는데 전화를 받을 수도 없고 다시 할 용기도 없었습니다.” 이들을 보면 걱정이 사람을 가장 피폐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걱정을 많이 한다. 걱정을 취미로 하는 사람도 있다. 걱정도 팔자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근데 과연 걱정이란 무엇일까? 왜 걱정을 할까? 걱정을 하는 것이 어떤 효용성이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걱정은 흔들의자와 같다. 뭔가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걱정을 하는 이유는 걱정을 하는 것이 걱정거리를 없애기 위해 뭔가를 하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걱정은 하나마나한 백해무익한 일이다. 걱정은 게으른 사람들의 유희에 불과하다. 무언가를 하기는 귀찮고 가만히 있자니 뭔가 마음이 찜찜할 때 하는 심심풀이 땅콩이다. 걱정을 해서 문제가 해결할 것 같으면 1년 365일 매일같이 걱정을 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래의 먹고 사는 문제이다.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특히 직장인들은 더욱 그러하다. 지금은 그런대로 먹고 살지만 직장을 떠난 후 무엇을 하면서 생계를 꾸릴지가 모든 직장인들의 머리 속을 짓누르는 오래된 주제이다. 일부 사람은 명확한 계획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걱정만 할 뿐이다. 여러 형태의 행동을 보인다. 첫째, 아예 생각을 하지 않는 부류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들이 현명하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괜히 머리 아프게 고민하지 말고 그 문제는 그때 가서 걱정하자는 주의이다. 대책은 없지만 정신건강에는 유리하다. 둘째, 걱정만 하는 사람들이다. 이건 아닌데, 저것도 아닌데 온갖 궁리를 하면서 하루에도 모래성을 수십 번 쌓고 허무는 일을 반복한다. 물론 행동에 옮기는 것은 없다. 이들은 첫 번째 부류와 같지만 걱정을 많이 한다는 면에서 다르다. 내 생각에 이게 최악이다. 미래에도 도움이 안 되고 정신건강에도 나쁘기 때문이다. 셋째,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언제고 그 일은 닥친다. 닥쳐서 하지 말고 미리미리 알아보고 준비하자는 것이다. 책도 보고, 일찍 그만 둔 선배를 찾아가 조언도 구하고, 필요하면 자격증도 따두고, 외부 사람들도 사귀면서 행동을 한다. 근데 사실 회사를 다니면서 뭔가를 준비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대부분은 현재 회사 일만으로도 헉헉거리며 살 수 밖에 없다. 그럴 여유가 없다. 그야말로 다음 날 일 걱정하기도 바쁜데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먼 미래의 일을 미리 앞당겨 준비하는 건 쉽지 않다. 나 역시 그러했다. 나도 오랫동안 미래에 대해 걱정을 했다. 조금 시간이 나면 늘 내 미래가 불안했다. 내 경우는 회사에서 보내주는 교육이 큰 도움이 되었다. 몇 달씩 현업에서 빠져 연수원 혹은 해외에서 공부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때 나 자신을 돌아다볼 수 있었다. 매일 공장 일만 생각하던 내게 경영관련 수업은 신선했다. 일본선생들이 주로 왔는데 일본어 배우는 재미도 쏠쏠했다. 저녁에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봤는데 그 책을 통해서도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책을 보면서 이를 현업에 적용하고 싶은 욕구도 생겼다. 그 동안 시도했다 실패한 이유도 알게 되었고 이렇게 하면 뭔가 변화가 일어나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무엇보다 내가 지적 호기심이 제법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 책을 읽고 그 책을 소화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면 그런 직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특히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이란 책을 보면서 이런 일을 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 어떨까 혼자 상상하기도 했다. 그 꿈은 몇 년 뒤 실제 이루어진다. 내가 그 회사 경영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걱정을 의도적으로 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마음이 불안해지고 걱정이 된다. 무의식적으로 내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걱정의 효용성이다. 걱정을 없애는 방법은 심플하다. 미래를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 뭔가는 바로 공부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한 공부,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그 다른 일에 대한 공부, 미래를 앞서 간 사람을 만나 상의를 하는 것, 관련된 책을 읽는 것, 뭔가를 알아보는 것 등이다. 걱정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메시지는 명확하다. 쓸데없이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걱정을 한다고 걱정거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걱정거리를 없애기 위해 뭔가를 하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걱정이 사라지는 것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