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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던랩에 대해 다뤄보았습니다. 일본에도 던랩과 비슷한 일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결과는 달랐는데요. 그 이유를 알아볼까요.

2010년 1월 일본항공(JAL)이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역대 최대 파산보호 중 하나였죠. 2000년대 이후 경영위기를 이어오다가 2009년 1,208억엔의 영업적자와 2조 3천억엔이 넘는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한 달 후 의외의 인물이 투입되었습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고 존경 받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가 회장으로 들어온 것이죠. 그는 회생 전문가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경영 철학자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그가 일본항공에 들어와서 한 일은 던랩이 선빔에서 한 것과 비슷했습니다. 인원을 감축하고 비행기를 팔았으며 적자노선을 줄이는 등 강도 높은 회생작업을 실시했습니다. 그러자 매출은 3분의 2로 줄었지만 1년 만에 1,884억엔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여 전 세계 항공사 중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그와 던랩의 차이는 외과수술에 의한 깜짝 실적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이런 놀라운 실적은 2012년까지 3년 연속 이어져 2012년 9월 증시에 재상장 되었습니다. 회생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판단한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2013년 3월 회사를 떠났지만, 그 이후에도 최고 실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매출은 견고하게 늘어나면서도 비슷한 규모의 영업이익을 유지해오고 있죠. 2015년에는 또 다시 사상 최대인 2,091억엔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여 항공업계에서는 경이로운 15.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리더의 영향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던랩과 이나모리는 위기에 처한 기업에 들어와서 비슷한 활동을 했지만, 이처럼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이유는 두 사람의 리더십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리더십을 연구하는 프렌치와 레이븐(John French, Bertram Raven)은 리더의 영향력은 다양한 권력기반에서 생긴다고 정리했습니다. 리더십의 원천으로 합법력, 보상력, 강압력, 전문력, 준거력 등을 정의했는데, 크게 보면 리더의 지위에서 오는 포지션 파워와 개인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퍼스널 파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포지션 파워는 리더가 특정 지위나 자리를 잃으면 더 이상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던랩과 이나모리는 모두 포지션 파워보다는 개인이 일궈낸 퍼스널 파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던랩은 전문력에, 이나모리는 준거력에 기반해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사람 자체가 롤 모델이 되는 준거력은 구성원들 스스로가 리더를 따르게 만듭니다. 준거력 있는 리더는 일관성, 언행일치, 솔선수범 등의 특성을 보입니다.

이나모리는 일본항공에 들어와서도 교세라에서 중시했던 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일관성을 보였습니다. 그는 던랩과 달리 비용절감 활동보다 회사의 이념과 철학을 직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더 심혈을 기울였죠. 그는 교세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수첩에 경영이념을 적어서 나눠주었습니다. 거기에는 일에 임하는 자세와 회사에 대한 책임이 뚜렷하게 명시돼 있습니다. 가령 성공은 태도, 노력, 능력으로 이뤄지므로(성공=태도X노력X능력) 올바른 태도, 열정, 능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원칙을 지켜야 하는지 상세히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임직원들이 이 원칙에 맞추어 일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이나모리는 언행일치를 보여 신뢰를 얻었습니다. 그는 평소 불교 신자로 자비를 경영철학의 근간으로 삼기 때문에 사람을 제일 중시한다고 역설해 왔습니다. 그가 일본항공에 들어왔을 때 피를 조금만 흘려서는 회사를 살릴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4만 8천명 가운데 3분의 1을 감축했습니다. 그러나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끝까지 책임졌습니다. 인재관리 전문업체를 만들어 항공업계뿐만 아니라 중공업, 기계, 전기전자, 자동차 등 다양한 부문에 인재를 소개해주었죠. 그는 항상 직원들에 대해 “사실 그들은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어요. 실수는 소수의 경영진이 한 거지” 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직원들이 이나모리의 진정성을 믿은 이유는 그가 먼저 솔선수범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3년 동안 일본항공에 있으면서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월급은 1달러로 정해놓고 거액의 주식을 받는 미국 경영자들과 달리 어떤 형태의 보상도 받지 않았죠. 그리고 일본항공이 정상화되자 아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짧은 기간 거쳐갔지만 일본항공 직원들은 이나모리의 가르침과 경영철학을 오늘도 가슴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전문성과 기술로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을 장기적인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해야 합니다. 준거력을 가진 리더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 Positional Power
합법력(Legitimate Power): 공식적 지위에서 오는 힘
보상력(Reward Power):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위치에서 오는 힘
강압력(Coercive Power): 처벌을 가할 수 있는 권위에서 오는 힘

* Personal Power
전문력(Expert Power):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 정보, 기술에서 오는 힘
준거력(Referent Power): 닮고 싶은 개인적인 매력에서 오는 힘
* 칼럼에 대한 회신은 capomaru@gmail.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