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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리더들이 미디어에 등장합니다. 리더마다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다르고, 사람들도 리더에게 영향 받는 정도가 다릅니다. 2주에 걸쳐 리더의 영향력은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위기에 처한 기업에 들어가서 비슷한 일을 한 두 CEO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1996년 7월 앨 던랩(Al Dunlap)이 미국의 주방가전 회사인 선빔(Sunbeam Corporation)의 CEO로 들어갔습니다. 1897년 설립되어 생활 필수품을 생산하며 미국인들에게 사랑 받아온 선빔은 당시 매출이 줄어들고 적자가 나고 있었습니다. 임명 당일 주가가 50%나 올랐고, 이후 3배나 상승하며 던랩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었죠. 던랩은 구조조정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 들어간 기업을 모두 회생시켰기 때문입니다. 그에게는 ‘양복 입은 람보’와 ‘전기톱 앨’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공격적이고 무자비한 방식으로 기업을 수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바로 2년 전에 위기에 처했던 제지업체 스콧 페이퍼를 회생시켰습니다. 그래서 경쟁사인 킴벌리 클락에 팔아서 1억 달러의 보너스를 챙기기도 했습니다.

회생 전문가로서의 명성은 스콧 페이퍼 한 군데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조선소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던랩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에 군에서 경력을 쌓지 않고 기업계로 나왔습니다. 주로 음료 캔이나 일회용 컵, 제지 등 소비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아메리칸 캔 컴퍼니, 맨빌社 등에서 중역을 거쳤습니다. 그가 회생 전문가로 명성을 쌓기 시작한 것은 1983년 빚더미에 앉은 릴리 튤립 컵의 CEO로 취임하면서부터입니다. 공장을 폐쇄하고 본사 직원을 대폭 줄여 비용을 쥐어짰습니다. 몇 년 만에 회사는 정상화되었고, 던랩은 위기에 빠진 다른 기업으로 옮겨갔습니다. 그렇게 그는 크라운 젤러박, 인터내셔널 다이아몬드, 컨솔리데이티드 프레스 홀딩스 등을 살려냈고, 스콧 페이퍼를 회생시켰습니다.

선빔에서도 방법은 똑같았습니다. 공장 폐쇄로 돈 못 버는 제품을 단종시켰고, 1만 2천 여명 직원의 절반을 해고하였으며, 재고를 포함해 대량의 자산을 떨어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릴, 가습기, 믹서 등 소규모 제품에만 집중했죠. 1997년 100주년을 맞는 선빔은 매출이 늘고 흑자로 돌아서게 되었습니다. 12달러이던 주가가 50달러까지 치솟았죠. 그러자 예상치 못한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던랩은 선빔의 기업가치를 올려서 매각하려고 했는데, 실적이 좋아지자 선빔의 주주들이 던랩을 너무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던랩이 오랫동안 회사를 경영해주기를 바란 나머지 매각 시도를 거둬들였습니다. 그러나 던랩의 조치들은 금방 수명을 다해서 이듬해 매출이 하락하고 손실이 늘어났습니다. 역성장과 손실을 감추기 위해 던랩은 콜먼, 시그니처 브랜드, 미스터 커피, 퍼스트 앨럿 등 여러 회사를 사들였습니다. 매수한 회사의 직원들까지 해고했음에도 부채가 천정부지로 늘어나자 회계 조작까지 감행하여 마지막에는 해고되었습니다. 그리고 주주뿐 아니라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도 고소 당했는데요. 결국 미국 내 주식회사의 경영자로 일하지 않겠다는 굴욕적인 조건을 받아들이고 기업계에서 사라졌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요즈음에도 역사상 최악의 CEO를 뽑으면 그는 항상 10위 안에 들어갑니다.

던랩은 구조조정 전문가임에 분명합니다. 다만 너무 단기적으로 회사를 바꾼 게 문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당장 나타나는 문제점을 일시적으로 치료해서 매각하는 게 목적이었죠. 그래서 선빔 이사회에서 그에게 회사를 더 오래 맡아달라고 했을 때 그는 난감했을지도 모릅니다. 장기적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방법은 잘 몰랐을 테니까요. 그래서 리더는 멀리 봐야 합니다.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토대를 다진다는 관점에서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 주에는 그런 리더를 만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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