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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회의 시간에 말을 하지 않습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말하게 할 수 있을까요?” 코칭을 하면서 많이 받는 질문이다. 대개의 경우, 직원들이 말하지 않을 땐 이유가 있다. 첫째, 말을 하면 면박을 주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것도 몰라? 당신은 항상 부정적이야! 생각 좀 하고 말합시다!’ 등의 비난이 돌아온다. 이럴 경우 직원들은 말하지 않는다. 보호본능이 작동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자신을 보호하는 현명한 대처방법이라는 걸 몸으로 터득한다. 답답하다고 면박을 주더라도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여긴다.
둘째, 어떤 의견을 제안하면 덤터기를 쓰기 때문이다. ‘그 아이디어 좋은 것 같은데, 당신이 한 번 해보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곧 바로 그 일이 주어진다. 직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쯤 되면 직원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그림자 코칭(Shadow coaching, 아무런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회의를 참관한 후 나중에 그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코칭 방식)’을 한 적이 있다. 이 회의를 주관하는 임원은 차분하고 침착했다.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회의는 시종일관 긴장 속에서 진행됐다. 회의는 마치 심문을 방불케 했다. “그건 왜 그렇게 되었습니까? 그건 어떻게 할 겁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발표를 하는 직원은 식은땀을 흘렸다. 임원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직원들은 매우 힘들어 했다.
새도우 코칭을 마치고 난 후에 곰곰이 생각했다. ‘왜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졌을까?’ 임원에게 피드백 했다. “상무님은 회의를 진행할 때 사람은 보지 않고 문제만 보는 것 같았습니다.” 임원은 당황했다. “제가 사람은 보지 않고, 문제만 본다고요?”

피드백의 내용은 이랬다.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람을 궁지로 몰아가서는 곤란하다. 그 업무를 실제로 수행할 사람은 결국 직원들이다. 그들을 추궁하는 건 의욕을 저하시키고 실행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그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상황을 충분하게 이해해주고,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하게 듣고 난 후에 지시하거나 명령하는 게 좋다.’
한 마디로 ‘말하는 순서를 바꾸라’는 게 피드백의 요지였다. 직원들이 어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충분하게 들어 준 다음에 지시를 하거나 명령해야 제대로 통한다. 좋은 의도를 알아주는 게 먼저다. 순서가 중요하다. 그래야 직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직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코칭 한 적이 있다. 여러 방법들이 논의되었지만 결론은 ‘충분하게 들어줘야 한다’는 거였다. 결국 그 일을 실행할 사람은 그 직원인데, 미리 사기를 꺾어버리면 좋을 게 없고, 충분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나중에 또 변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변명만 듣고 말 것인가? 그건 아니다. 우리가 찾아낸 방법이 있다. 충분히 듣고 난 후에 그 직원에게 되묻는 것이다. ‘당신의 원래 의도가 뭔데?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할 건데?’ 충분히 들어주고 난 후에 상대방의 좋은 의도를 알아주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코칭의 결론이었다.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중소기업 사장을 만난 적이 있다. 이 분은 모든 걸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다보니 직원들은 누구 하나 앞장서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없었다. 직원들은 그냥 시키는 일만 했다. 이 분은 사장임에도 불구하고 별명이 ‘박 대리’다. 이 분을 보면 답답하다. 이 분에게 진심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래도 믿을 건 사람밖에 없다.’
우리는 ‘믿을만 하니까 믿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 말에도 함정이 있다. 믿을만 하니까 믿는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다. 믿을만 한데도 믿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은가? ‘믿어주니까 믿을 만 해진다.’는 게 옳은 말이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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