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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닐 때 3부제 수업까지 받은 적이 없다. 애들은 많은데 교실이 제한적이라 일어난 일이다. 교실하면 콩나물이 자동적으로 연상됐다. 어딜 가나 애들이 바글바글했다. “지금처럼 낳다간 거지신세 못 면한다.”같은 원색적인 슬로건이 난무했다. 조금 지나면서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변형됐다. 하여간 애를 많이 낳는 건 무식하고 지구를 파괴하는 행동이란 인상을 주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애를 낳지 않는다고 국가적으로 수선을 떤다. 애를 많이 낳던 우리 선조들은 뭔가 목적성을 갖고 애를 낳았을까? 애를 많이 낳으면 국가에 이바지하고 애들이 노후에 큰 재산이 될거를 염두에 두고 그랬을까? 그런 면이 없진 않겠지만 그냥 낳았을 가능성이 높다. 피임방법도 마땅치 않고 생기니까 낳았을 것이다. 혼자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만약 그때 국가가 애 낳는 걸 장려했다면 더 낳았을까? 여러분, 애 다섯으론 충분치 않습니다. 열은 낳아야 합니다. 한 명 낳을 때마다 백 만원씩 지불하고 대학까지 등록금을 국가에서 지급할 테니 여력이 되는대로 낳으세요 라고 말하면 애를 더 낳을까? 별 소용이 없을거란 생각이다.

저출산문제가 국가적 아젠다가 된 지 제법 되었다. 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저출산이 과연 문제일까? 반대로 아프리카처럼 한 사람이 애를 열 명씩 난다면 정부가 뛸 듯이 기뻐할까? 몇 명이나 낳아야 좋아할까? 과연 애를 많이 낳는 게 국가적으로 혹은 지구에 도움이 될까? 지구의 지속가능을 위한 적정인구는 얼마나 될까? 지금도 지구에는 너무 많은 인구가 살고 있다. 지속가능을 위해서는 가능한 적게 낳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저출산 문제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균형일 수 있다.

인구쇼크의 저자 앨런 와이즈먼은 거기에 대해 통찰력 있는 얘기를 한다. “오르지 않는 출산율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쓸데없는 곳에 엄청난 예산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정책은 실패할 것이다. 출산율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출산율 저하의 핵심은 사회구조변화이다. 농업시대에 자녀는 노동력이자 자산이다. 소득을 창출하기 때문에 많을수록 좋았다. 자식은 가장 좋은 노후대비 수단이었다. 더 이상은 아니다. 자녀는 생산도구가 아니라 소비 대상이다. 비용은 많이 들고 돌아오는 것은 적다. 자녀를 적게 낳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본능이자 이성적 판단이다. 예전엔 피라미드 모양이었다. 미래는 모든 연령의 숫자가 비슷한 직사각형이 될 것이다. 고령자들이 오래 일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 출산율은 계속 하락할 것이다.”

난 와이즈먼의 의견에 동의한다. 애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대가 끊기는 걸 반기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애를 낳지 않는 건 철저하게 개인의 선택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단 결혼을 하지 않는다. 결혼을 못하는 사람도 많다. 모든 게 비용 때문이다. 직장이 마땅치 않아 자기 한 몸도 먹고 살기 힘든데 어떻게 결혼을 하겠는가? 어렵게 결혼을 했다 해도 둘이 벌어 간신히 사는데 어떻게 애를 낳겠는가? 노후를 생각해 하나는 낳아도 어떻게 둘을 낳겠는가? 지금 애를 낳지 않는 건 철저하게 경제적 문제이고 그에 따른 개인의 선택이다. 난 결혼문제와 출산문제는 나아지지 않을 걸로 생각한다. 아니 이걸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더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를 낳지 않아 좋은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에 비용을 쓰는 것보다는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오히려 혼자 살아도 별 지장이 없게끔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 개인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결혼하는 것만큼이나 결혼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혼자 살아도 별 어려움 없게끔 해야 한다. 결혼하지 않고 애 낳지 않는 것도 개인의 선택이란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 개인의 선택에 대해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 결혼한 사람은 결혼한 대로 잘 살면 되고 결혼 안 한 싱글들은 나름 삶을 즐기면 된다. 자기와 다른 삶을 선택한 것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일정 세월이 흐른 후 지금의 애국가는 바꿔야 할 것 같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게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인구문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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