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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화를 내면 관계도 나빠지고 조직 분위기도 나빠진다는 걸 잘 압니다. 그런데 아무리 화내지 않으려고 해도, 성격이 급해서 화가 잘 참아지지 않습니다.” 코칭을 하면서 많이 듣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성격이 급해서 화를 내는 걸까? 아니다. 아무리 성격이 급하다고 해도 상사에게 화를 내진 않는다. 어떤 재앙이 초래될지 잘 알기 때문이다. 만만한 사람에게 화를 낼 뿐이다.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체로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화를 내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상대방을 무시하는 마음이 무의식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셋째, 자신이 원하는 게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게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다. 

‘화를 내면 많은 것들이 망가지는 걸 잘 아는데도, 화가 잘 참아지지 않는다.’는 말은 옳은 말이 아니다. 잘 아는 게 아니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무의식에 그 행동을 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환자를 치료할 때 병식(病識, 병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치료하기 매우 어렵다고 한다. 자신이 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치료받을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병에 대해 인식하고 인정하는 게 병을 치료하는 첫걸음이라고 한다. ‘잘 아는데도 실천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바로 병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과 같다.

코칭을 시작할 때 5명 내지 10명 정도의 주변사람들을 인터뷰한다. 코칭의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인터뷰 결과를 알려주면, 그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코칭의 효과가 좋다. 그런데 인터뷰 결과를 알려줘도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오해하고 있다. 자기에 대해서는 자신이 잘 알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잘 알겠느냐?’는 거다. 이런 경우에 코칭은 처음부터 난항을 겪는다. 자신에 대한 ‘병식(病識)’부터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몇 가지 질문을 한다. ‘어떤 부분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가요? 그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심각한 상태가 아닌 사람들은 이쯤에서 알아차린다. “제가 생각하는 제 모습과 타인이 생각하는 제 모습이 다른 이유는, 제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았거나, 제가 의도와 다른 행동을 했거나, 제가 생각만 하고 실제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경우에도 코칭은 비교적 잘 진행된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고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이 다른 이유가 뭔지 물으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대답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 잘 모른다. 자기를 오해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생각만 옳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틀렸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식은땀이 난다. 마치 커다란 돌덩이와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코치는 상대방이 성찰하고 전환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질문한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생각의 근거는 뭡니까? 그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됐습니까? 그 생각의 반대측면은 무엇입니까?’ 이런 질문에 대답하면서 상대방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깨닫기도 하고, 생각이 전환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일방적 생각에서 빠져나온다. 셀프코칭을 통해서도 자기 생각의 오류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지? 이 생각의 근거는 뭐지? 이 생각은 어디로부터 비롯됐지?’ 이렇게 자신에게 묻는 게 바로 ‘셀프 코칭’이다. 

어떤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저 사람, 왜 저래?’라고 속으로 짜증을 내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이럴 땐 자신에게 물어야 된다. ‘나는 왜 저 사람이 마음에 안 드는 거지? 이유가 뭐지? 이 생각의 근거가 뭐지?’ 이렇게 자신에게 물을 때 비로소 성찰이 일어나고,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상대방이 마음에 들거나 기분이 좋거나 어떤 일에 대해 신이 날 때도 ‘왜 신이 나지? 왜 기분이 좋지?’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던지는 것이 자기생각의 오류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성철스님은 이를 일컬어 ‘자기에게 속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iamcoach@naver.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