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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톰 소여의 모험」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폴리 이모가 울타리에 페인트칠을 시킨 바람에 놀러 가지 못하게 된 톰은 지나가던 친구가 벤이 자신을 동정하자, 기발하게 맞선다. 페인트칠을 하는 건 아주 재미있는 ‘환상적인 특권’이라고 자랑을 한 거다. 여기에 넘어간 벤이 자기도 한 번 칠하게 해달라고 하지만, 톰은 거절한다. 결국 벤은 먹고 있던 사과까지 주면서 칠할 기회를 구걸한다. 다른 아이들까지 제발 페인트 칠하게 해달라고 하는 바람에 울타리를 한 번도 아닌 여러 번 칠하게 된다. 같은 일도 맥락에 따라 노역이 될 수도 있고 놀이가 될 수도 있다!
이 스토리가 얼마나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다니엘 핑크는 ‘보상과 처벌 때문에 하는 일은 지루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내재적 동기를 가지면 같은 일도 즐겁게 한다’며 이를 ‘톰 소여 효과’라고 불렀다.

톰 소여 효과
최근 톰 소여 효과를 실감했다.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대표와 개그맨이자 소통테이너 오종철 대표가 운영하는 포럼에서 강의를 했다. 그동안 강의를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창의적이고 재미있게 운영하는 곳은 처음이었다. 강의장에 도착했더니 강사 테이블에 다양한 음료수가 수십 개 쌓여 있었다. 참가자들이 자기가 마실 음료수와 똑같은 걸 하나씩 더 가져와서 강사에게 드리는 거다. 음료수는 작은 선물 같지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면 느낌이 완전 다르다. 굉장히 풍족하다. 다른 데선 강의료를 강의 후 계좌로 보내주지만 여기는 강의 시작 전에 직접 현금으로 준다. 그것도 만원 권으로 준비하니 봉투가 두툼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가슴에 현금 봉투를 넣고 하는 강의에선 열정이 두 배로 나온단다. 하하…. 같은 돈을 지급하는데, 이렇게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구나! 참여한 젊은이들의 열의도 높았다. 눈빛이 살아있다. 질문도 끊이지 않는다.

강의가 끝나자 차를 마시는 동안엔 바인더를 가져다 주었다. 거기엔 강의 중에 찍은 사진들과 함께, 참가자들이 각자 한 페이지씩 강의에 대한 소감과 감사의 글과 연락처를 적어 낸 것을 철해 두었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감동이었다! 배웅할 때는 그 많은 음료를 그대로 차에 실어주었다. 집에 왔더니, 거기서 보낸 과일 상자가 사람 키보다 더 큰 박스로 만들어져 와 있었다. 겉에 쓰인 문구가 압권이다. “열심히 살면 이런 거 받을 거야~^^”

일이 아니라 놀이를 하는 것처럼, 이들은 강의를 즐거운 축제와 이벤트의 장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강의를 하러 갔다가 내가 더 크게 배우고 돌아왔다.

배달의 민족, 자기답다는 것
음식 배달 앱으로 유명한 「배달의 민족」이 있다. 비장한 어투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묻는 한 줄 카피와 그 밑에 조그맣게 쓴 ‘배달의 민족’을 본 사람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배민은 핵심 고객을 ‘조직의 막내들’이라고 정의했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은 보통 막내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B급 정서와 키치, 패러디를 잘 쓴다. 새해에는 ‘다 때가 있다’는 문구가 적힌 하얀 때수건을 주었고, 신학기에는 칙칙한 복학생들을 위해 키높이 깔창과 비비크림을 묶어 선물한다. 자취하는 막내들이 좋아할 양말 30켤레를 상품으로 나눠준 적도 있다. 비싼 건 아니었지만, 한 달 동안 양말 안 빨아도 된다고 정말 좋아했다고 한다. 이런 의외성에 열광적인 팬 층까지 만들어졌다.

광고도 멋있게 하려고 애쓰지 않고, 배민답게 한다. 소프트웨어 잡지에는 ’먹을 땐 개발자도 안 건드린다‘ 여성지에는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다이어트는 포샵으로!’ 스포츠 잡지에는 ’저스트 두입‘ 배드민턴 잡지에는 ’치킨은 단식 치맥은 복식‘ 이런 식이다. 빵빵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일을 놀이처럼 만들면 창의성이 발휘되기 쉽다. 호기심과 재미를 충족하기 위해 일할 때 생각이 유연해지기 때문이다. 소통과 몰입을 고민하는 조직들이 이런 걸 배워야 할 것 같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