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고 있지만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일까? 자기 주제를 파악하는 일이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알기 어렵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도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닌 뒤집어진 모습이다. 실제 녹음기에 메시지를 저장했다 들어보면 “이거 내 목소리 맞아?” 라는 생각이 든다. 비디오에 찍힌 모습을 다시 봐도 친근감보다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리적인 모습이 이러하니 내적인 내 모습, 남의 눈에 비친 내 모습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 남들 앞에서 많은 얘기를 하고, 그럴듯한 글을 쓰고, 자문하는 직업을 가진 나는 남들 눈에 비친 나의 모습에 더 큰 두려움을 갖는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만 쉴 새 없이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겉으로 표현은 안 하지만 ‘너나 잘 하세요’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 자신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가,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어떻게 나 자신을 개선시켜야 하는 것일까... 운전을 하다 보면 뒷유리창에 “Baby on the board”라는 표시를 종종 보게 된다. 차 안에 아기가 있으니 조심해달라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근데 그런 차 중에 운전을 험하게 하는 차들이 제법 있다. 지금은 차에 아기가 없으니까 마구 운전을 할 수도 있지만 확실한 건 운전자 자신이 주제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들보고는 조심하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엉망으로 운전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주제파악은 말은 쉽지만 정말 쉽지 않은 주제이다. 아기를 태운 애기 아빠가 주제파악을 하지 못하면 결과는 자동차 사고로 그릴 수 있다. 하지만 한 기업의 대장이 주제파악을 하지 못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 주변에서 일어나는 조선업의 문제, 국책은행들의 실수를 보면 리더의 주제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준다. 난 정말 이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그렇게 일을 해도 괜찮을 걸로 생각했을까, 엉뚱한 사람을 보내 경영을 하게 해도 문제가 없을 걸로 생각했을까, 적자투성이 회사에 빨대를 꽂고 단물을 빨고 싶었을까,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했을까… 아마 인지를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자기반성 능력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행동을 했을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류바람 플러스 그 동안의 역량 축적으로 주가는 100만원이 넘고 세상 부러울 게 없는 회사이다. 하지만 이 회사 서경배 회장은 늘 임원들에게 다음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잘 나가는 게 우리 실력 때문입니까, 아니면 뭔가 외부적인 요인 때문입니까?” 그는 실력 때문이 아닌 외부 요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거품이 있기 때문에 거품이 꺼지면 한방에 훅 갈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임원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임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자기반성 능력이다. 근데 결코 쉽지 않다. 쉽지 않다는 건 그걸 해내면 지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최선은 서경배 회장처럼 지금 잘 나갈 때도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살피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잘 나가면 환경변화가 생긴다. 우선 본인이 들뜨기 쉽다.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착각하고 주변에 아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럴 때 자기반성을 위해서는 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아부하는 사람 대신 쓴 소리 하는 사람을 주변에 둘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간신에 둘러싸야 달착지근한 얘기에 취한다. 그러다 한 방에 훅 가는 것이다. 다음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늦긴 했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최악은 문제가 생겼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대신 다른 핑계를 대거나 남 탓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대책이 없다. 운전자가 접촉사고를 냈다면 이게 누구의 잘못일까? 뒤에서 받은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운전자의 잘못이다. 과속을 했건 차선을 변경했건… 기업이 사고를 냈다면 그건 누구의 잘못일까? 바로 경영자의 잘못이다. 중국이 쫓아왔건, 노조가 말을 듣지 않았건, 직원을 잘못 뽑았건… 근데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고백하는 사람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만큼 자기반성을 쉽지 않다. 하지만 자기반성을 하고 자기의 솔직한 모습을 인정하는 것에서 모든 것은 시작된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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