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골프장에는 잘 생긴 소나무가 많다. 클럽하우스 앞에도 정말 멋진 소나무가 있는데 난 가끔 넋을 잃고 소나무를 본다. 그래서 그런지 난 소나무만 전문으로 찍는 배병우 작가의 작품도 좋아한다. 어느 잡지에서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되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농부가 농사를 지을 때는 기교보다 우직한 성실함이 먼저다. 이른 아침부터 논밭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게 기본이다. 그런 바탕이 마련돼야 영농기술도 적용해보고, 시장의 흐름도 읽을 수 있다. 어부였던 아버지는 하루도 어김없이 새벽 3시면 일어나셨다. 경매 시간을 놓치면 하루를 허탕치고 말기 때문이다. 어촌 촌놈인 나도 그런 기분으로 30년을 매일 아침 일어난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 사진의 3분의 1은 없었을 것이다. 태양이 뜨는 동시에 아침이 시작되고 하루가 시작된다. 동이 튼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난 스무 살 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항상 새벽녘에 촬영을 했다. 이른 아침에 숲을 향하는 것은, 해 뜨기 전 안개와 섞인 광선의 미묘한 느낌을 표현할 수가 있어서다. 해뜨기 전이나 해 질 즈음 광선의 섬세하고 미묘한 맛이 좋다. 그래서 늘 동트기 전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한다.” 성실이 오늘날의 배병우를 만든 것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오페라단의 소프라노 신영옥도 성실 덕분에 성공한 사람이다. 그녀의 말이다. “하루만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제가 먼저 압니다. 제가 내야 할 완벽한 음이 나오지 않아요. 저는 지금도 보컬트레이닝을 받아요. 최상의 소리를 내기 위해서요. 제 방에는 아주 큰 거울이 있어요. 그 거울 앞에서 무대에서 신는 하이힐을 신고 매일 노래 연습을 합니다. 공연무대, 호텔, 집. 이것이 제 삶의 공간 전부예요. 나도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싶지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사람을 만나면 말을 해야 하잖아요. 공기 나쁜 곳에 앉아 있어야 하고, 목에는 치명적인 일이에요. 노래할 때 외에는 가능한 목을 쓰지 않아요. 제 방은 습도와 청정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레스토랑을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아예 나서지 않습니다.” 글로벌기업의 가치 중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인테그리티 integrity이다. 인테그러티가 있는 사람이란 말은 최상의 칭찬이다. 성실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다. Integrity의 어원은 라틴어 integer이다. 온전한, 완전한 이란 뜻이다. 행동이나 가치관에 일관성이 있는 사람을 뜻한다. 내가 생각하는 인테그러티는 가치지향적인 사람이다. 자기 중심이 명확하고 정직하고 성실하며 믿을 수 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원만한 인품을 지녔다. 조갑제씨는 거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테그리티에 가장 가까운 낱말은 敎養이다. 경주 박물관에 있는 에밀레종엔 원공신체 圓空神體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원만하면서 속을 비운 상태는 신의 경지란 뜻이다. 앞과 뒤가 같은 것, 겉과 속이 같은 것,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 처음과 끝이 같은 것이 인테그러티이다.” 꽤 괜찮은 해석이다. Integrity에 가장 가까운 말이 성실 誠實이다. 그렇다면 성실이란 무엇인가? 誠은 말씀 언言 플러스 이룰 성 成이다. 글자 그대로 자신이 한 말을 지킨다는 뜻이다. 넉넉할 실 實은 집 면宀 꿸 관毌 조개 패貝이다. 집안에 돈 꾸러미가 넉넉하다는 뜻이다. 말한 그대로 행동하면 살림이 넉넉해진다는 뜻이다. 반대로 성실하지 못하면 절대 돈은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학문적 근거가 전혀 없는 나만의 해석이다. 그래도 확실한 게 있다. 성실하다는 것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에게 쓰는 단어이다. 내가 아는 기업대표는 “성실이란 있어야 할 사람이, 있어야 할 시간과 장소에 나타나는 것”으로 정의했다. 나름 괜찮은 정의이다. 있어야 할 사람이 제 시간에 나타나는 것이 성실이란 것이다. 핵심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늦지 않는 사람이다. 영어로 불성실을 나타내는 insincere는 라틴어 “밀랍이 없다”는 뜻의 “시네 세레 (sine cere)”에 기원을 두고 있다. 부도덕한 고대 상인들은 도자기나 조각을 판매할 때 흠집과 갈라진 틈을 밀랍으로 메우는 속임수를 곧잘 쓴 데서 유래했다. 내가 생각하는 성실성은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면 그것을 실천하는 능력이다. 꾸준히 지속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그 사람 말을 믿을 수 있게끔 하는 그 무엇이다.” 반대는 말만 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다. 핑계가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하는 말에는 늘 의문이 생기게끔 하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성실은 성공에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성실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성실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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