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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홈(원제_99 Homes, 2014)이란 영화를 봤다. 주택담보로 집을 산 사람들이 할부금을 내지 못해 비참하게 집에서 내몰리는 것을 그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이들은 몇 번 서류로 경고를 하고 경고를 듣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덮쳐 사람들을 길바닥으로 내쫓는다. 그야말로 이불만 갖고 쫓겨나는 것이다. 주인공 역시 집에서 어머니 아들과 함께 집에서 쫓겨나 하숙집 비슷한 곳에서 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채권자 역할을 하는 사람의 요청으로 자신이 바로 그 역할을 하게 된다. 핵심 주제는 돈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돈이란 무엇일까? 당신이 생각하는 돈은 어떤 것인가? 내가 생각하는 돈은 자유이다. 돈이 있어야 자유로울 수 있다. 누군가에게 경제적으로 신세를 지면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내가 대학을 그만 둔 이유 중 하나는 자유 때문이다. 그들이 정한 시간에 나가야 했고 그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졸업식 행사, 논문심사, 가르치고 싶지 않은 과목도 가르쳐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기 싫은 직장을 다니고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이유도 바로 돈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생각하는 돈의 가장 큰 의미는 바로 자유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돈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주고 포기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나와 비슷한 것 같다. 

돈이 자유라고 했는데 그럼 돈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자유스런 삶을 살게 된다. 돈이 아주 없으면 노예가 된다. 노예란 자기 마음대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채권은 영어로 본드 Bond이다. 본드란 말의 어원은 묶는다는 뜻의 Bind이다. 채권이 사람을 묶는다는 것이다. 빚을 진다는 것은 돈을 꿔준 사람에게 종속된다는 것이다. 옛날 바빌로니아에서는 가뭄이 들면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빌리는데 담보로 부인을 제공했다. 빚을 갚지 못하면 부인이 팔려가 노예가 되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이는 현재에도 계속된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 중 하나가 사채업자인데 최악의 경우 장기까지 요구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끔찍한 일이다. 

미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기지로 집을 산다. 초기에 약간의 돈을 내고 나머지를 몇 십 년에 걸쳐 갚는데 이를 모기지라고 부른다. 우리 말로는 담보를 뜻한다. 그렇다면 모기지 Mortgage란 말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모기지는 죽음을 뜻하는 mort와 약속을 뜻하는 gage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 장의사를 뜻하는 Mortician, 시체안치소를 의미하는 mortuary, mortgage 다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 바로 죽음이다. 굴욕을 당한다는 의미의 mortify도 같은 어원이다. 모기지는 한 마디로 죽음의 약속이다. 돈을 갚지 못하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예나 지금이나 돈은 귀한 존재이다. 옛날에는 소금이 돈이었다.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소금 염鹽을 파자하면 감시할 감監 플러스 소금밭 로鹵이다. 소금은 비싸고 귀한 것이니 늘 감시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서양도 마찬가지이다. 로마 초기에는 소금이 화폐 역할을 했다. 관료나 군인에게 주는 급여를 살라리움 salarium이라고 했는데 소금을 뜻하는 sal이 어원이다. 소금이 귀했기 때문이다. soldier, salad 등은 모두 소금을 뜻하는 sal에 어원을 두고 있다. 홍익희의 5가지 상품이야기에 나오는 얘기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돈은 절대적 가치를 갖는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돈이 권력이고 매력이다. 아무리 잘 생겨도 돈이 없으면 매력이 없고 다소 못 생겨도 돈이 많으면 없던 매력도 생겨난다. 가장 역할을 할 때도 돈은 절대적이다. 돈벌이를 하던 남편이 돈벌이를 못 하는 순간 집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돈이 있어야 사람구실도 할 수 있다. 효도도 돈이 필요하고, 자녀를 양육할 때도 돈이 필요하다. 축하(祝賀)도 그렇다. 축하는 빌 祝에 축하할 賀로 구성되어 있다. 빌 축은 신전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賀는 돈을 뜻하는 조개 패貝 플러스 더할 가加로 되어 있다. 돈을 더한다는 말이다. 돈을 주지 않는 축하는 축은 되지만 하는 되지 못하는 반 쪽짜리 축하란 뜻이 아닐까? 축하란 한자를 뜯어보면 축하를 하는데도 돈이 필요한 듯 하다. 

돈 얘기를 하는 것은 마음이 편치 않다. 특히 돈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마치 무능의 상징 같은 기분이 들게 될 수도 있다. 세상에 돈이 없고 싶어 없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다. 불편하지만 사실이고 현실이다.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중국어를 배우면서 난 이를 더욱 자주 느낀다. 중국인들은 더욱 돈에 집착하는 것 같다. 돈이 있으면 귀신으로 하여금 맷돌을 돌릴 수 있다. ‘유전능사귀추마’(有錢能使鬼推磨) 돈이 만능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전부시만능, 단몰유전만만불능’(錢不是萬能, 但沒有錢萬萬不能) 중국 사람들의 돈에 대한 생각이다. 여러분은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