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화를 내면 관계도 나빠지고 조직 분위기도 나빠진다는 걸 잘 압니다. 그런데 아무리 화내지 않으려고 해도, 성격이 급해서 화가 잘 참아지지 않습니다.” 코칭을 하면서 많이 듣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성격이 급해서 화를 내는 걸까? 아니다. 아무리 성격이 급하다고 해도 상사에게 화를 내진 않는다. 어떤 재앙이 초래될지 잘 알기 때문이다. 만만한 사람에게 화를 낼 뿐이다.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체로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화를 내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상대방을 무시하는 마음이 무의식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셋째,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게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다. ‘화를 내면 많은 것들이 망가지는 걸 잘 아는데도, 화가 잘 참아지지 않는다.’는 말은 옳은 말이 아니다. 잘 아는 게 아니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32층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면 뛰어 내리겠는가? 천만금을 준다고 해도 뛰어 내리지 않을 것이다. 즉사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2층에서 뛰어내려보라고 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잘하면 낙법을 통해 손끝 하나 다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치더라도 치명상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무의식에 그 행동을 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환자를 치료할 때, 병식(病識, 병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치료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자신이 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치료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병에 대해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 병을 치료하는 첫걸음이라고 한다. ‘잘 아는데도 실천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바로 병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과 같다. 코칭을 시작할 때 5명 내지 10명 정도의 주변사람들을 인터뷰한다. 코칭의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인터뷰 결과를 알려주면, 그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코칭의 효과가 좋다. 그런데 인터뷰 결과를 알려줘도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오해하고 있다. 자기에 대해서는 자신이 잘 알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잘 알겠느냐?’는 거다. 이런 경우에 코칭은 처음부터 난항을 겪는다. 자신에 대한 ‘병식(病識)’부터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자기 생각만 옳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식은땀이 난다. 마치 커다란 돌덩이와 대화하는 느낌이 든다. 가만히 살펴보면 이들은 자신의 ‘생각의 덫’에 걸려있다. 이들은 ‘절대 아닙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너무나 당연합니다.’ 라는 말을 주로 한다. 자기주장만 내세우기 때문에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 주변사람들과 관계가 좋지 않다. 그래서 일할 때 매우 힘들다.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어렵게 일하고, 즐겁게 끝낼 수 있는 일도 심각하게 처리한다. 마치 화가 난 사람처럼 일한다.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고 마치 적군과 싸우듯이 일한다. 이들에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옳지 못한’ ‘무지 몽매한’ 사람들이다. 코칭할 때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묻는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 생각의 근거는 뭡니까? 그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됐습니까? 그 생각의 반대측면은 무엇입니까?’ 대개의 경우,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면서 상대방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깨닫기도 하고, 생각이 전환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의 덫에서 빠져나온다. 어떤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저 사람, 왜 저래?’라고 속으로 짜증을 내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이럴 땐 자신에게 물어야 된다. ‘나는 왜 저 사람이 마음에 안 드는 거지? 마음에 안 드는 이유가 뭐지? 이 생각의 근거는 뭐지?’ 이렇게 자신에게 물을 때 비로소 성찰이 일어나고,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자기 생각의 오류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던지는 과정이 바로 인격수양이다. 성철스님은 이를 일컬어 ‘자신의 생각에 속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코칭은 자기 생각의 오류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수행의 과정이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iamcoach@naver.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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