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여자골프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더군요. 올해 리우 올림픽에서 박인비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전인지 선수가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을 우승하면서 여자골프가 다시 한번 주목 받는 것 같습니다. 한국 여자골프는 일찌감치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습니다. 10월 현재 여자골프 세계랭킹만 봐도 1위를 차지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를 제외하고도 한국 선수가 Top10에 6명이나 들어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일본의 골프가 우리보다 훨씬 먼저 대중화되어 이미 오래 전에 미국과 인프라가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미국을 제외하면 골프장 수도 가장 많고, 프로 대회도 많습니다. 올 2016년 미국의 LPGA가 35개 대회를 개최하는데, 일본은 38개 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최근에 대회가 급격히 많아져서 올해 해외투어와 공동 개최하는 것을 포함해서 36개 정규투어를 개최하고 있지만, 3년 전만 해도 20개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죠. 대회 규모를 알 수 있는 상금에서도 일본 투어는 미국에 못지 않습니다. LPGA가 150만-200만 달러 규모의 대회로 구성된다면, 일본 여자골프는 80만-120만 달러 규모입니다. 우리 나라는 5억-7억원 규모의 대회가 대부분입니다. 오래 전부터 골프에 대한 인기가 많고, 선수층이 두터우며, 큰 규모의 골프 대회가 한 달에도 몇 번씩 열리는 게 일본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에서 여자 프로골퍼로 활동하는 것은 행운인 거죠. 그러나 이 행운이 바로 일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일본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게 된 겁니다. 높은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된 거죠. 일본 여자 프로골프 투어의 상금 규모는 지난 10년간 400억원에 가까웠습니다. 미국 투어는 500억-600억원 규모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상금은 미국이 30% 정도 많지만 투어 활동에 비용이 많이 듭니다. LPGA 대회는 미국에서만 열리지 않고, 절반은 해외에서 개최됩니다. 한·중·일, 대만, 태국, 호주, 유럽 등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죠. 당연히 힘이 많이 듭니다. 2010년 세계랭킹 1위에 오르고 상금왕을 차지할 정도로 미국 프로골프 무대를 평정한 신지애 선수가 2014년 일본으로 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으로 가서 골프를 좀더 즐기면서 투어를 다니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실 비용도 미국이 훨씬 더 많이 듭니다. 미국에서 투어에 참가하려면 1년에 3억원 정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투어 경비는 미국의 4분의 1 가량입니다. 더욱이 미국은 상금에 물리는 세금도 30%로 일본의 20%에 비해 높습니다. 게다가 일본 투어는 LPGA에 비해 경쟁이 덜하다 보니 우승 가능성도 큽니다. 일본 선수들이 미국에 진출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목표를 해외로 돌려야만 했습니다. 최근에야 한국 여자골프의 인기가 많아져서 상금 규모가 많이 올라가 세계 3대 투어로 자리매김했지만요, 과거에는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생존을 위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미국 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는 수십 명에 가까운 반면, 일본 선수는 대여섯 명뿐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목표를 글로벌하게 잡을 수밖에 없었던 한국 선수들은 어느새 일본을 넘어서 글로벌 수준의 실력이 되었습니다. 골프와 달리 상당한 힘과 체력이 필요한 테니스에서 아시아는 항상 변방이었습니다. 신체적으로 동양인이 불리한 스포츠이므로 당연했죠. 그러나 최근 테니스 랭킹을 보면 한 선수가 눈에 띕니다. 니시코리 케이, 일본 선수죠. 2016년 10월 현재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상금 규모가 가장 큰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준우승까지 올랐습니다. 그는 세계 랭킹 4위까지 올라가며 아시아 국적을 가진 선수로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는데요. 현재 11개의 타이틀을 획득했고, 대부분의 큰 대회에서 8강 또는 4강 이상 올라가며 세계 정상권의 실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여자골프 인기가 올라가듯이, 니시코리 열풍으로 일본에서 테니스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합니다. 니시코리는 14살 때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습니다. 테니스 스타인 안드레 아가시를 배출한 테니스 클럽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선진 테니스를 배우기 위함이었죠. 테니스 라켓을 잡은 후부터 그의 눈은 일본에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동양인이니까 여기까지밖에 안돼, 라는 생각을 버렸던 것이죠. 그래서 그는 마이클 창을 우상으로 삼았습니다. 미국 국적이지만 동양인인 마이클 창은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이미 그는 목표를 높게 잡았습니다. 아아, 현재 니시코리의 코치가 마이클 창입니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capomaru@gmail.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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