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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재능 중 하나는 노래를 잘 부르는 거다. 나는 음정이나 리듬은 맞추지만 결코 잘 부르는 축에는 끼지 못한다. 틀리진 않는데 맛이 없다고나 할까? 어떤 친구는 큰 노력 없이도 엄청 잘 부른다. 타고난 재능이다. 나 같은 노래 둔재도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하면 그 비슷하게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재능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는 걸까?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어떤 음을 듣기만 하고도 정확히 음을 식별하는 이른바 ‘절대음감’은 1만명 중 한 명 정도가 갖고 태어나는 재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일본의 한 심리학자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피아노 화음만으로 소리를 식별하는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교육을 시킨 결과 개인차는 있었지만 가장 늦은 아이가 1년 반이 걸렸고 24명 모두가 절대음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절대음감이 훈련으로 가능하다는 걸 입증한 거다. 이걸 보면 나 같은 음악 둔재에게도 희망은 있다. 

실력 향상을 가져오는 의식적인 연습
노력에도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안데르스 에릭슨은 ‘1만 시간의 법칙’ 이론을 만들어낸 심리학자다. 그는 책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 단순히 1만시간이라는 양보다 더 결정적인 요소가 있는데, 그건 바로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이라고 말한다. 타성에 젖은 행동으로 하던 대로 해선 오래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거다. 하긴 누구 말 마 따나 같은 일을 1만 시간 한다는 거 자체가 정신 나간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하. 

의식적인 연습이란 목표를 가지고 올바른 방법으로 집중해서 훈련하는 걸 말한다. 노래 연습을 한다면 아마추어와 프로 중 누가 더 즐기고 행복해할까? 아마추어들이다. 그들은 흥에 겨워 자기 감정에 심취해 노래를 부르고, 노래하는 시간이 행복했다고 말한다. 반면 프로들에겐 연습이 즐기는 시간이 아니다. 어떤 대목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집중해서 연습하는 과정이다. 목표가 될 때까지 하는 힘든 숙련의 과정이다. 아마추어들에겐 카타르시스와 자기만족의 시간이었을 뿐이다. 

아, 이제 알 것 같다. 오래 한다고 꼭 실력이 늘지 않는 이유를. 운동이든 악기 연주든, 기량을 필요로 하는 일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패턴은 비슷하다고 한다. 맨 처음에는 코치나 트레이너에게 배우고 연습을 한다. 어느 정도 하면 실력이 점점 나아진다. 그 다음부터는 애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실력과 자기 스타일을 갖추게 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머물며, 그 이후부터는 의식적인 연습은 하지 않는다는 거다. 연습을 하더라도 하던 대로, 산만하게 하니 분명 과거보다 누적 시간은 느는데 실력이 제자리 걸음 혹은 퇴보한다는 거다.

의식적인 연습의 요소
의식적인 연습엔 첫째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 분명한 목표는 ‘안전지대’를 벗어나게 해준다. 둘째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골프 볼을 100개 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페어웨이 적중률이나 평균 퍼팅 수를 기록하고 분석해서 무엇을 개선할지 초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셋째 집중해야 한다. 산만하게 하는 연습 열 시간보다 온전히 집중한 한두 시간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혼자 몰입하고 연습하는 시간은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동호회 참여는 큰 의미는 없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의식적인 연습이란 코칭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자동화된 행동 패턴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성찰하고 목표를 세우고 의식적인 노력을 거듭하여, 몸에 체화하는 것이 코칭이 추구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물론 코치와 함께.

* 칼럼에 대한 회신은 helenko@kookmin.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