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열을 잘 받는다. 열 받을 일이 많다. 정신 없이 생활하다 보면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쁘게 살아도 마찬가지이다. 생활이 복잡한 사람에게 번잡하다는 말을 하는데 거기 쓰는 번 煩자를 파자하면 불 화火에 머리 혈頁이다. 머리에 불이 난다는 말이다. 참 대단한 관찰력이다.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은 위험하다. 자칫하면 무협지에 나오는 주화입마 走火入魔의 단계에 들어간다. 열이 나고 몸에 마귀가 들어오는 것인데 자칫하면 생명까지 빼앗긴다. 이럴 때는 수승화강 水昇火降을 해야 한다. 머리의 열을 내리고 아래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일단 쉬는 것이 좋다. 가만히 앉아 호흡을 가다듬는다. 복식호흡이 효과적이다. 음악을 듣거나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다. 반신욕을 하거나 절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홀가분하게 걷는 것도 괜찮다. 그러다 보면 머리의 열은 내리고 몸에서 열이 난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기도를 하는 것도 좋다. 근데 기도란 무엇일까? 기도의 한자는 祈禱이다. 빌 기 祈는 전쟁에 앞서 제단(示)에 무기(도끼 근斤)를 놓고 승리를 비는 형상이다. 빌 도禱는 목숨을 이어가도록 신에게 비는 것을 뜻한다. 한 마디로 무릎을 꿇고 오래 살게 해 달라는 의미의 글자이다. 영어로 기도는 Pray다. 빛ray를 달라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둘 다 뭔가를 간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기도는 무엇인가? 여러분은 주로 무엇을 간구하는가? 내 경우는 마음의 평화이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기도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혹은 뭔가를 간절히 바랄 때 하는 행동이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기도를 한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 바쁘고 잘 나갈 때는 하지 않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기도를 올린다. 어떤 사람이 테레사 수녀에게 무슨 기도를 하냐고 물었다. 수녀님은 “저는 듣습니다”라고 답했다. 하나님은 뭐라고 말씀하십니까 라고 물었더니 “그분 역시 들으십니다.” 라고 답했다. 그렇다. 기도는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이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기도는 바라는 것을 말하고 그것을 갈구하는 것이다. 이 얘길 듣고 기도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기라는 생각을 했다. 시험에 합격하게 해 달라고, 승진시켜 달라고, 시집가게 해 달라고 하는 건 엄격한 의미에서 기도가 아니라 부탁이다. 어떤 사람은 본인이 이미 모든 걸 정해놓고 하나님에게 부탁하고 때로는 협박도 한다. 이건 교만일 수 있다. 자신은 명령하는 사람이고 신은 자신의 명령을 따르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부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그 신을 버리고 다른 신을 택할 것인가? 기도는 어떤 대답이 돌아올 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유심히 듣고 또 듣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기도는 내가 아닌 남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티벳이 행복한 이유가 바로 그렇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기도한다고 한다. 모두가 나를 위한 기도만을 한다면 하나님은 그 기도를 다 듣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기도는 긍정적 힘으로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기도와 명상은 쌍둥이 같은 존재이다. 기도를 위해서는 가만히 앉아 자신을 들여다보며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명상의 한자(冥想)는 어두울 명冥 플러스 생각할 상想이다. 어두운 곳에서 가만히 생각을 하는 것이다. 명상의 영어는 메디테이션(meditation)이다. 이 말은 약(medicine)이라는 영어 단어와 어근이 같다. 명상을 하는 것은 영혼 안에 좋은 약을 집어넣는 것이다. 명상은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 매일 좋은 생각을 하고 명상을 하면 좋은 씨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 법정스님, 이해인 수녀, 김수환 추기경 같이 종교생활을 오래한 사람들 얼굴이 맑은 이유는 좋은 기도와 명상 덕분일 것이다. “기도할 때 처음에는 기도가 말하는 것인 줄 생각한다. 그러나 점점 더 그윽한 경지에 이르면 기도는 결국 듣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키에르케고르의 말이다. 기도는 자기반성이요, 계시는 생각의 정리이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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