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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사람일수록 피드백이 빠르다. 동창 모임에서 총무를 하는 친구에게 들은 얘기이고 나 자신도 여러 번 그런 걸 경험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바쁜 사람이 이렇게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피드백을 할 수 있을까? 바쁘기 때문이다. 바쁘다는 건 처리할 일이 많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이 일을 들여다 볼 시간이 없다는 의미이다. 그때 그때 처리하지 않으면 영원히 이 일을 못한다는 걸 본인이 인지하고 있다. 자칫하면 신뢰가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높다.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받는 즉시 회신을 보내는 것이다. 

한가한 사람은 시간이 넉넉하다. 지금 처리하지 않고 나중에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꺼번에 모아서 문자를 보내야지 생각하다가 깜빡하는 것이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멀리 사는 사람이 가장 먼저 약속장소에 나타나는 것도 비슷하다. 멀리 사는 사람은 변수가 많다. 사고로 교통체증이 일어날 수도 있고, 버스가 늦게 올 수도 있다.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찌감치 집을 나선다. 집이 가까운 이는 늘 10분안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 긴장하지 않는다. 언제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해 다른 일을 한다. 그러다 깜빡한다. 늘 꼴찌로 도착한다. 이 역시 역설이다. 

오랜 세월 책을 쓰고, 책 소개를 하고, 일 년에 200번 이상 강의를 하고, 자문과 코칭을 하고 있다. 나처럼 다양한 사람과 조직을 접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촉이 발달한다.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그 사람 표정을 보고 사무실을 가보면 많은 정보가 들어온다. 거의 점쟁이 수준으로 촉이 발달한다. 척 보면 이 회사가 잘 되는 곳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얼마 전에는 마이다스아이티라는 회사와 일을 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이 회사는 구조해석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 글로벌 넘버원 회사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이 회사가 보통 회사가 아니란 소문을 들었다. 근데 실제 일을 해보면서 명불허전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역시 소문 그대로였다. 

이 회사의 이형우 대표는 엔지니어로 성장해 경영을 하다 채용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채용을 잘 하려고 뇌를 공부하게 되었다. 이 노하우를 바탕으로 채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는데 내게 마케팅 관련 도움을 요청했다. 마침 나도 면접 관련 책(면접의 힘)을 내서 공동으로 인사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대표를 비롯해 직원들을 많이 만났는데 하나같이 주인처럼 일했다. 회의를 하고 나면 늘 정리를 해서 회의록을 보내주고, 내게 숙제를 주었다. 지난 번 말씀하신 회사에 전화를 해 주세요, 주소록을 살펴봐주세요,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떠신지요 등등… 정말 귀찮을 정도로 디테일하게 일을 파고 들었다. 한 번은 새벽 5시반쯤 문자로 뭔가를 질문했는데 바로 답신이 왔다. 나야 아침형 인간이라 그렇다 하지만 젊은 직원이 이 시간에 바로 답신을 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막상 놀라운 일은 행사 당일이었다. 일찌감치 행사장에 갔는데 그렇게 꼼꼼할 수가 없다. 참가자 목에 거는 이름표의 끈 색깔이 달랐다. 집중적으로 상담을 할 고객, 관심이 있는 고객, 스쳐 지나가는 고객을 구분하기 위한 거란다. 테이블 셋팅도 정말 디테일했다. 마실 물, 과자와 초콜릿, 팸플릿이 정리정돈 되어 있었다. 400명이 와서 혼잡할 수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정교하게 움직였다. 아마 많은 성과를 냈을 것이다. 난 정말 감탄을 했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만 채용을 했을까? 원래 저런 사람일까? 아니면 와서 저렇게 바뀐 걸까? 저런 회사는 잘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무 생각 없이 무심하게 일하는 수많은 개인과 조직이 연상됐다. 

얼마 전에는 모 대기업 임원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회장님과 잠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은 책을 많이 읽기로 유명하다. 요즘 마에스트로 리더십이란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면서 한 권 보내주겠단다. 난 그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다음 날 칼같이 그 책이 도착했다. 깜짝 놀랐다. 메모도 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어떻게 그걸 기억했을까, 수많은 이슈를 가진 사람이 이것까지 챙길 수 있을까 등등… 역시 성공한 사람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디테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성공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편집증을 갖고 있다. 기대치가 높고 기대치를 달성하기 위해 지나치리만큼 집착을 한다. 메모를 하고, 시간 약속을 칼 같이 지키고, 정리정돈을 잘 하고, 하기로 한 약속은 확실히 지킨다. 왜 그럴까?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어원은 사량 思量이다. 생각의 양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거기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는 것을 뜻한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늘 일에 대해 생각한다. 당연히 잘못된 것, 비뚤어진 것, 흐트러진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당연히 성과가 나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다. 그러면서 일류로 거듭나는 것이다. 올 한해는 더욱 내 일과 고객들을 사랑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 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