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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Coaching Letter From CMI
 
   
 
 로벌 기업의 고위임원으로부터 들은 얘기이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독일 본사에서 근무를 하던 중 갑작스럽게 해고통지를 받았다. 가족을 끌고 독일까지 와 일을 하던 중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는 아는 헤드헌터에게 이메일을 넣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새로운 직업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다른 글로벌기업에 빈 자리가 생겨 그에게도 지원의 기회가 왔다. 문제는 장소였다. 그는 독일에서 사는데 인터뷰 장소는 서울인 것이다. 지원자는 그를 제외하고도 5명이나 더 있었다. 1차에서 합격한다는 보장은 당연히 없다. 서울까지 왕복 비행기값도 문제이고 회사에 휴가를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당신 같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무리해서 서울까지 갈 것인가? 그는 일단 전화인터뷰가 가능한지를 물었다. 그쪽은 몇 가지 사항을 검토한 후 사정이 그러면 전화로 인터뷰를 하자고 얘기했다. 그래서 전화로 그쪽 사장과 인터뷰를 했다. 근데 예상을 깨고 그가 합격한 것이다. 대면인터뷰를 한 사람 다섯 명을 제치고 어떻게 전화 인터뷰를 한 그가 합격할 수 있었을까? 그는 절실했다. 여기서 떨어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우선, 그는 전화인터뷰가 유리한 점은 없을까를 생각했다. 당연히 있었다. 전화인터뷰는 상대가 이쪽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답안지를 만들어 그만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프로필과 회사 관련 정보를 놓고 상대가 할 것 같은 예상질문을 만들고 거기에 대한 답을 종이에 쓰고 혼자 리허설을 여러 번 했다. 물론 키워드만 쓴 것이다. 시간대 때문에 집에서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아내와 애들은 그 시간에 밖에 나가게끔 했다. 시간이 가까워지자 양복에 넥타이까지 갖춰 입고 전화를 기다렸다. 결과는 완벽 그 자체였다. 그가 생각해도 답변을 잘 했던 것이다. 1차에 합격한 건 물론 2차 인터뷰를 위해 상대가 독일까지 찾아온 것이다. 불리한 상황을 유리하게 반전시킨 그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궁리이다. 

궁하다, 궁색하다는 말이 있다. 한자로 궁 窮이다. 뭔가 어렵고 힘든 상황이다. 궁을 파자하면 동굴 혈 穴 에 몸 躬이다. 동굴 안에 몸이 있는 형상이다. 동굴을 기어들어가는데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상황을 뜻한다. 그야말로 탈출구가 안 보이는 막막한 상황이다. 말 그대로 다 됐다, 어떻게 더 이상 해 볼 도리가 없다는 말이다. 근데 궁이란 말에 반전이 있다. 대표적인 말이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이다.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갈 수 있다는 말이다. 궁하다는 것은 기존의 상품이나 방법의 생명력이 다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이 실직하는 것, 식당에 손님이 떨어지는 것,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것 등이 바로 궁이다. 대학의 위기 같은 것도 그렇다. 대학의 위기란 다른 말로 하면 더 이상 예전 방식의 커리큘럼, 교수수준, 학과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궁리窮理이다. 궁리는 다할 궁 窮에 이치를 뜻하는 리理를 쓴다. 궁리란 궁할 때 이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궁할 때야말로 길을 발견할 수 있는 때란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궁의 순간은 찾아온다. 그럴 때 가장 필요한 게 바로 궁리이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면서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해법을 갖고 있을만한 사람에게 물어보고 관련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다 보면 탈출구가 보인다. 근데 그런 사람은 별로 없다. 그저 걱정을 하거나 한탄을 한다. 궁하지만 궁리를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문제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문제가 있다는 건 알지만 해결방법 또한 찾으려 하지 않는다. 당연히 계속해서 궁한 상태로 머물게 된다. 궁하기 전에 이치를 찾는 사람은 고수이다. 기업 용어로는 잘 나갈 때 비용절감을 하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 궁한 상태가 될 때 비로소 이치를 찾는 사람은 그 다음 단계이다. 회사가 어려워진 이후에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런대로 괜찮다. 최악은 궁한 상태가 되어도 이치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나 조직이다. 이런 개인이나 조직은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인가?
* 칼럼에 대한 회신은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