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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Coaching Letter From CMI
 
   
리 아파트 앞에 작은 구멍가게가 있었다. 아무 특징도 없고 친절한 것도 아니지만 워낙 위치가 좋았다. 주변에 경쟁자가 없어 그 가게는 늘 문전성시였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어 사람들은 가게 이름으로 위치를 대신 얘기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가 사라졌다. 대신 4층짜리 번듯한 건물이 들어섰다. 하지만 몇 년 째 세입자가 전혀 없다. 사방이 모두 유리창이라 그 건물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밖에 없다. 대신 뒤쪽에 24시간 편의점이 들어섰는데 위치는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장사는 잘 된다. 빈 건물을 지날 때마다 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건물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왜 이런 의사결정을 했을까? 지금 주인 심정은 어떨까? 예전 구멍가게 주인은 어디서 장사를 하고 있을까? 예전만큼 잘 될까? 만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건물주인은 어떤 결정을 할까? 모르긴 몰라도 건물주인의 지나친 욕심으로 일이 이렇게 됐을 것이다. 돈은 돈대로 투자했다. 세금은 꼬박 내지만 몇 년째 임대료 한 푼 못 받으면서 마음고생을 했으리라. 쫓겨난 구멍가게 주인도 별로 재미를 보지는 못했을 것 같다. 최근 잘 되는 구멍가게를 별로 본 적이 없다.

요즘은 공직자 수난의 시대이다. 장관 이상을 하려면 다들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내정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다 까발려진다. 참 잔인한 프로세스이다. 난 현재의 청문회는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 당사자를 보면서 딱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무리 자리가 탐나도 왜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할까? 그걸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자신의 행적에서 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자신의 허점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덥석 받은 것은 왜일까? 바로 욕심 때문이다. 자리에 대한 욕심이 판단력을 흐려 내린 결정인 것이다. 

솔로몬왕이 독수리를 타고 전국을 시찰했다. 그러다 균형을 잃는 바람에 아래로 떨어질 뻔 했다. 이를 본 참새 수 백 마리가 날아와 솔로몬왕을 구한다. 고마웠던 솔로몬 왕은 그들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한다.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언제라도 숨을 수 있는 포도밭, 언제든 물을 마실 수 있는 연못, 벼 이삭… 어느 참새가 솔로몬왕과 같은 순금왕관을 요구했다. 솔로몬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래도 강력하게 우기자 모든 참새들에게 황금왕관을 주기로 한다. 얼마 후 참새들은 황금왕관을 쓰고 하늘을 날아다니게 되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참새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던 사냥꾼들이 전국에서 몰려왔다. 결국 다 죽고 다섯 마리만 남게 되었다. 그들은 솔로몬 왕에게 달려가 “우리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제 금관은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금관을 반납했고 참새들은 평화를 되찾았을 수 있었다.

지인 중 잡기에 능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당구, 포커, 골프 등 내기 게임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데 거의 돈을 잃은 적이 없다고 자랑한다. 그에게 비결을 물어봤다.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런 경기는 대부분 확률의 게임입니다. 실수가 적은 사람이 이기지요. 그렇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 실수를 적게 하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 골프를 칠 때 핀을 노리지 않습니다. 그저 그린 위에 올리는 데 집중을 합니다. 핀 앞에는 대개 해저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근데 하수들은 핀을 노리다 해저드에 빠뜨립니다. 내기의 비결은 바로 욕심을 버리는 겁니다.”

“3천만원 투자에, 월 3백 보장” 이란 전단지를 보았다. 요즘같이 저금리시대에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저렇게 좋은 투자라면 자기들끼리 하지 왜 저런 광고를 할까? 뭔가 이상하다. 더 이상한 건 그걸 보고 투자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한달에 20킬로 감량, 아니면 전액 환불”이란 전단지도 비슷한 유형이다. 다 말도 되지 않는 사기이다. 더 웃기는 건 그걸 보고 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난 사기 치는 사람도 나쁘지만, 사기를 당하는 사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기 당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헛된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이다. 노력을 들이지 않고 뭔가 일확천금을 노리다 사기를 당한다는 것이다. 인위재사 조위식망(人爲財死 鳥爲食亡)이란 말이 있다. 사람은 재물 때문에 죽고 새는 먹이 때문에 죽는다는 말이다. 욕심은 가질 수 있다. 문제는 그 욕심이 지나친 것이다. 금융위기의 핵심도 따지고 보면 지나친 욕심이다.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 불변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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