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연저지인의 리더십 춘추전국시대의 명장 오기(吳起)는 위(衛)나라 장수였다. 그는 병사들과 똑같이 먹고 입었고, 잠자리도 같이 했으며 행군을 할 때도 말을 타지 않고 걸었다. 한 마디로 병사들과 동고동락을 한 것이다. 당연히 병사들은 그를 마음으로 따르고 존경하였다. 전쟁터에서 어느 날 오기 장군은 종기가 곪아 고통 받고 있는 한 병사를 발견하자, 그는 병사의 종기에 입을 대고 피고름을 빨아 낫게 해주었다. 이것이 바로 연저지인이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병사의 어머니가 대성통곡을 하며 슬퍼하자 동네 사람들이 미친 것 아니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장군께서 아들을 그렇게 돌보아 주셨는데 감격스러운 일 아니오? 슬퍼하는 이유가 뭐요?” 그러자 그 여인은 이렇게 대꾸했다. “예전에 오기 장군께서 전장에 참여한 내 남편의 종기를 빨아 낫게 해주셨는데, 그 후로 그 이는 온몸으로 충성을 바쳐 적에게 등을 보이지 않고 끝까지 싸우다 죽었습니다. 이번에도 내 아들놈의 종기를 빨아 주셨다니 이제 그 애의 운명은 불을 보듯 죽을 게 뻔한데 울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결국 병사들의 마음을 얻어낸 오기 장군은 그들과 함께 전무후무한 76전 76승 무패라는 대과업을 이루어냈다.
감성역량(Emotional Competency)은 리더십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감성역량이란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여 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도록 하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면, 리더가 부서의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적절한 도전의식을 갖도록 이끌어 목표에 몰입하게 만들거나, 구성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원하는 바대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등이 감성역량에 해당된다. 이처럼 감성역량은 단순히 따뜻하고 친절한 성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능력에 바탕을 둔 관리능력, 즉 사람의 마음을 사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오기의 연저지인은 감성역량의 극치를 보여준다.
조조의 감성역량 조조(魏)는 유비(蜀漢), 손권(吳)과 삼국의 패권을 다투기 이전에 화북지방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원소와 패권을 다투는 일전을 벌이게 된다. 이것이 관서대전(關西大戰)이다. 이 때 원소는 10만 대군인데 비해 조조는 불과 2만 병력이라 객관적으로 한참 열세였지만 관우가 일시적으로 의탁해 있었고, 조조의 탁월한 지략으로 결국 원소를 물리치게 된다. 대군을 대파하고 원소의 진영에 들어가자 심복 한 명이 그 동안 원소와 내통하며 첩보를 제공한 장군과 대신들의 살생부를 들고 와서 조조에게 바친다. 살생부에 이름이 적힌 자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조는 문서를 보지도 않고 불태우라고 명령한 후, 이렇게 말한다. ”나도 원소가 두려웠다. 너희들이야 오죽했겠느냐. 나라도 원소와 내통했을 것이다.” 시립해 있던 살생부 속의 신하들은 충성스런 조조의 사람이 되어 삼국을 통일하는데 견마지로를 다하게 된다.
리더십의 궁극적인 목적이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원하는 결과를 성취하는 것이라면, 구성원들은 리더의 감성역량 수준에 따라 몰입도가 달라질 것이다. 나의 감성역량은 몇 점짜리가 될 지 크게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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