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난 술을 좋아한다. 제법 많이 마실 줄 안다. 한때는 거의 매일 마실 때도 있었다. 공장관리자를 할 때는 사람들을 술로 설득하고 술로 상대를 제압하기도 했다. 지금은 아니다. 가끔 마시긴 하지만 맥주 한 두 잔, 와인 한 두 잔에 그친다. 그 정도 마셨으면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술을 많이 마시면 그 다음날 생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과음은 하지 않으려 한다. 최근 몇 년간은 무리해서 마신 기억이 없다. 직장에 다니는 딸들은 회식을 젤 싫어한다. 왠 회식이 그렇게 많은지, 회식 때문에 회사를 가기 싫다고 말하기도 한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 회식을 좋아할까? 도대체 누구를 위해 회식을 하고, 무엇을 위해 회식을 하는가? 회식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그래서 삼성그룹은 119운동까지 벌인다. 한 가지 술로 1차에서 9시까진 끝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덕분에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미진하다.
근데 왜 이렇게 술을 마시는 걸까? 높은 사람 중에 알코올 중독자가 많은 것이 이유 중 하나이다. 높은 사람 중에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나 자신도 한때 가벼운 중독증세가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매일 술을 마시다 하루 이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술 생각이 난다. 특히 김치찌개 같은 음식을 보면 소주가 연상된다. 그래서 회식을 하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가? 알코올중독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가? 내가 생각하는 중독의 정의는 “끊을 수 없는 것, 자꾸 생각이 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음주를 고상하게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아한 대의명분을 내세우는 것이다. 자신이 마시고 싶어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영업을 하는 사람 중에 많다. 그런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고 어떻게 영업을 하느냐고 묻는다. 자기 한 몸을 불살라 회사도 구하고, 자신도 구하고, 자신의 가족까지 구한다고 생각한다. 자부심조차 느껴진다. 상사가 마시라는데 어떻게 마시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난 그런 사람들에게 왜 거부를 하지 못하는지 되묻고 싶다. 이유가 무언지를 떠나 술을 마시는 최고의 이유는 자신이 술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영업 때문에 술을 마신다고 얘긴 하지만 사실은 술을 좋아하는 것이다.
과연 술을 마셔야 영업을 하고 상사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 최고의 영업맨이 된 수많은 사람들은 대체 무얼까? 술을 마시지 못하지만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간 사람들은 어떻게 올라갔을까? 한국 사회에서 술을 잘 마시면 분명 유리하다. 영업을 하는데도,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하는데도, 조직을 활성화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주 가끔, 초반에 국한해서이다. 더 이상은 아니다. 좋은 일로 밥을 먹을 때 한 두 잔 건배를 하면 분위기가 확 좋아진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계속 건배를 하면서 술을 마시면 그 자체가 고역이다. 더 이상은 노동이다.
한국의 생산성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그렇게 잔업을 많이 하면서 생산성이 꼴찌인 것은 미스터리다. 주범 중 하나는 과도한 음주와 회식이다. 이제는 버릴 때가 되었다. 음주를 하면 뭔가 일을 많이 했다고 착각한다. 저 사람과 친해졌다고 생각한다. 조직이 활성화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술을 마신다고 친해지진 않는다. 술을 마신다고 조직이 활성화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착각할 뿐이다. 과음한 다음날 난 일을 하지 못한다. 띵한 상태에서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혼미한 상태에서 내리는 의사결정은 또 다른 실수로 이어질 뿐이다.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하는 회식이 생산성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다. 술을 마시고 싶은 사람은 마시고 싶은 사람들하고 따로 자리를 마련하길 권한다. 이상한 명분을 내세워 단체로 술 마시는 자리는 가급적 억제하길 권한다. 특히 회식자리에서의 무자비하게 권하는 테러리스트는 이제 은퇴를 했으면 한다.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자라나는 새싹들을 위해서도 과음은 멀리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회식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일은 그만했으면 싶다. “술은 게으름의 원인이다. 술에 빠지게 되면 다음의 6 가지 과오가 생긴다. 재산 손실을 가져온다, 다툼이 잦아진다, 쉽게 병에 걸린다, 악평을 듣게 된다, 벌거숭이가 되어 치부를 드러내게 된다, 지혜의 힘이 약해진다.” 아함경[阿含經: 불교 경전 가운데 아함부에 속하는 소승(小乘) 경전]에 나오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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