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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Coaching Letter From CMI
 
   



주는 택시요금이 비싸다. 예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 다시 한 번 비싼 요금을 실감했다. 신경주역에서 내려 블루원이란 리조트까지 가는데 거의 3만원이 나왔다. KTX요금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값이다. 서울에서 만 오천 원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보다 못한 내가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어보자 기사 분은 민망한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한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 외지 사람들은 택시요금에 대해 불평을 한다고 한다. 그래도 오래 전에 정해진 요금이란 자신도 어쩔 수 없단다. 그 날은 날 초청한 회사 내부 사정 때문에 택시를 타고 올 것을 부탁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지만 다음에 경주 갈 일이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택시는 타지 않을 것이다. 그날 내가 결심한 일이다. 한편 왜 그런 정책을 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택시기사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아니면 관광 온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해… 이유는 뭔지 모르지만 그런 택시요금이 경주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근데 왜 그런 일이 벌어질까? 

돈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다른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웠어도 실은 돈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돈 앞에서 판단력이 흐려진다. 이령지혼 (利今智昏)이란 말은 그래서 나왔다. 이익이 사람을 혼미하게 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축록자불견산 (逐鹿者不見山) 획금자불견인(獲金者不見人) 이란 말도 있다.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볼 수 없고, 이익을 쫓는 자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돈만 쫓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개인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다. 

난 스팸메일과 전단지를 보면서 세상 흐름을 읽는다.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스팸메일은 최고경영자 관련 메일이다. 잘 나가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그런 메일을 보낼 필요가 없다. 전단지 따윈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것을 자꾸 날린다는 것은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온 세상에 광고하는 것과 다름없다. 당사자 입장에선 뭐라도 해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에서 하는 행위지만 사실 투자 대비 효과는 없다.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차라리 그 시간에 과정을 잘 만들고,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남들이 주지 못하는 가치를 줄 방법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다. 

돈을 탐한다고 돈이 생기지는 않는다. 돈 돈 돈 하고 외친다고 돈이 나를 쫓아오지도 않는다. 오히려 돈을 쫓을수록 돈과는 멀어진다. 그게 돈의 역설이다. 유명 맛 집들이 여기저기 점포를 늘리는 걸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하도 장사가 잘 되어 예약이 잘 안 되는 맛 집이 있었다. 근데 어느 날 같은 점포가 광화문에도 생기고 강남에도 생겼다. 예약 없이 아무 때나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난 그 집에 가는 횟수가 확 줄었다. 돈의 역설이다. 돈을 더 벌려고 점포를 여기저기 열었지만 오히려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건 목적이 명확한 게 좋다. 목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도 그렇다. 그래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 한철 장사는 말 그대로 한철 장사에 그친다. 1668년 약방으로 문을 연 세계 최초의 제약회사 머크는 기업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의약품은 환자를 위한 것이지 결코 이윤을 위한 게 아니다. 우린 그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것만 제대로 기억한다면 이윤은 저절로 따라온다. 이것을 더 잘 기억할수록 이윤은 더 커진다.” 이윤만 쫓다 보면 이윤은 자꾸 도망간다. 오히려 이윤 대신 존재 이유를 잘 기억할수록 이윤이 더 커진다는 것. 이것이 이윤의 역설이다. 

난 기업 강의가 주업이다. 강의는 특성상 한 번에 두 군데 강의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수기에는 동시에 서너 군데서 강의요청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참 아깝다. 강사도 프랜차이즈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끼강사를 키워 대타로 내보내면 돈은 더 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누굴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난 너무 유명해지는 것이 싫다. 너무 흔해지는 것도 맘에 들지 않는다. 약간은 아쉬움이 있고 예약도 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보다 돈을 쫓는 사람이란 평판을 듣고 싶진 않다. 돈을 쫓진 않지만 돈이 나를 쫓아오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까진 그런대로 잘 사는 걸 보면 돈의 역설이 틀린 것 같지는 않다.
* 칼럼에 대한 회신은kthan@assist.ac.kr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