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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에 주목하는 Who-What-How 코칭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결하고 싶은 이슈를 가지고 코치를 찾아온다. 그것은 풀어야 할 문제이거나, 달성해야 할 목표일 수도 있고, 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칫거리일 수도 있다. 어떻든, 코칭 받는 사람은 이 아젠다를 코칭을 통해 깨끗하게 해결하고 싶어 한다.

초보 코치들은 그런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애를 쓰기 쉽다.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이 코치의 존재 이유이기라도 한 것처럼, 문제에 절박하게 매달려서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 본인 이상으로 고민한다. 해결 대안을 제시하거나, 브레인스토밍 하면서 문제 해결에 매진하는 것이다.

숙련된 코치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숙련된 코치들은 이슈 자체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사람요소를 본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존재이고, 가치관과 성품, 개인의 역사가 나름의 깊이와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같은 이슈라도 그 배경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똑같이 영업 성과를 높이고 싶다는 영업사원이라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완전히 다르며, 따라서 현시점에 성과를 높인다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다르며, 열정의 온도도, 극복해야 할 장애물도 모두 다르다.

지인이 노트북 컴퓨터를 바꾸려고 하는데, 고민이 되는 게 있었다. 대학생 조카에게 기존 노트북을 물려줄까, 아니면 중고로 팔아서 이삼십 만원이라도 새 노트북 사는 데 보탤까, 망설여진단다. 좀더 물어 보니,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 그때는 조카에게 노트북을 주었는데, 녀석이 이걸 제대로 활용도, 관리도 못하고 고장을 내더니 얼마 안 가서 폐물이 되어 버렸다는 거다. 괘씸한 마음에 이번엔 그냥 팔까 싶단다. 숙련된 코치가 물어봤다.

조카에게 어떤 고모가 되고 싶어요?”

이 질문에 고모는 뜸을 들이더니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사실 몇 년 전 오빠가 돌아가셨어요. 갑작스러운 죽음에 슬퍼하는 조카를 보며 결심했었어요조카들에게 아빠의 정을 느끼게 하는 고모가 되어 주겠다고요그걸 잊고 있었네요.”

자신이 진정 누구이고 싶은지를 확인하자, 노트북 고민은 뭐라 말할 것도 없이 그냥 해결되었다. 너무나 시원하고, 기쁘게 조카에게 주었다. 이번엔 잘 좀 관리하라고 잔소리를 붙여서.

 

코칭의 WHO- WHAT- HOW 모델은 코치들에게 이슈나 문제에만 매달리지 말고 사람 요소를 보도록 해준다. WHO는 사람 자신이다. 자기 삶에 진정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내면의 정신이며 이를 확인하고 스스로 보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 되고 싶은 미래 모습, 관계에서 누구로 존재하는가, 등은 모두 WHO 영역이다.

WHAT은 일반적으로 코칭 받는 사람이 원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달성하고 싶은 목표나 해결하고 싶은 문제 등이다. 이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확인하는 것은 코칭에서 중요한 포커스를 제공한다.

HOW는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을지, 취할 수 있는 분명하고 가장 효과적인 길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말하자면 전략 파트이다. 실행의 방법론이다.

경험이 있는 코치들조차 WHO 가 빠진, ‘WHAT- HOW’ 2 단계로 가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효율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해결사가 되는 것보다 코칭 받는 사람이 자신이 정말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알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시고 사는 시어머니가 치매 증상이 막 시작되자 혼란스러워하는 부인이 있었다. 전문직 여성으로 바쁘게 사는 분이다. 문제에 당면하자, 즉각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모시나, 시설을 알아봐야 하나, 형제들에게 도움을 청할까?’ 하는 물음에서 맴맴 돌고 있었다. 코치인 친구가 물었다.

시어머니가 네 인생에 어떤 분이니?”

이 질문에 아무 말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던 부인이 말했다. “내가 직장 다닐 수 있는 건 시어머니 덕분이지.. 결혼 초부터 집안일 다해 주시고, 두 아이를 다 키우셨어. 25년이나 말이야…”

이 말을 하면서 그에게 어떤 내적 전환이 일어났을지는 상상에 맡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