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자기 상사가 그 상사
노릇 좀 잘해보려고 사실은 얼마나 갈등을 느끼며 사는지를. 아이들도 짐작 못할 것이다. 부모들이 부모 역할을 하는데 자책감에 빠지고, 스스로를 쥐어 박는
때도 많다는 것을.
뭔가 바람직한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종종 자신에게 종주먹을 들이댄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자괴감,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는데, 행하기는 너무 힘들다’는 괴리감, ‘늘 작심3일로 끝나잖아.’ 하는 낭패감. 이상이 높은 사람일수록 이런 감정들에 휘둘리기 쉽다.
코칭 훈련에서는 그런 감정을 ‘사보투어(Saboteur)’, 즉 내면의 방해꾼으로 규정한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대화를 시작하다가 결국 훈계로 끝내버렸을 때, 이렇게 속삭이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거봐, 넌 역시 안 돼! 성격이 그렇게 생겨먹은 거야.” 작심3일로 끝낸 경험이 있다면, 새롭게 결심할 때 “괜히 지키지도 못할 걸 결심하느니, 아예 가만히 있지 그래? 지금까지 의지대로 된 게 뭐 있어? 늘 그 모양이지!” 라는 비아냥을 들었을 것이다. 일어나서 뭔가 내 생각을 말하고자 할 때는 “가만히 있어. 괜히 말했다가 망신 당하려면 어쩌려구!” 하며 기 죽이는 것도 사보투어다.
사보투어는 두 가지 역할을 하는데, 첫째가 우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더 대담한 행동, 더 큰 결심, 순수한 이상 품기, 용기를 발휘하는 것을 좌절시킨다. 다른 하나는 상처 입고 실망할 것을 두려워하게 만들고 안전지대에 머물게 함으로써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내면의 방해꾼에 굴복하면 우리는 안주하면서 적당히 자기 자신을 변호하며 동시에 적당히 자기 자신을 비판하는 냉소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심해지면 타인의 변화나 성취도 믿을 수 없게 된다. ‘뭔가 포장 됐겠지.” 하고 깎아 내린다. 왜? 그렇지 않으면 나도 뭔가 해야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사보투어는 스토리 텔러다. 온갖 얘기들과 과거 경험을 다 끌어대 똑똑한 체하면서 결정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데 큰 방해꾼 역할을 한다.
사보투어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정책은 그 목소리를 분별하여 알아채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비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비전이 분명하면 사보투어는 입을 다문다. 내가 나쁜 부모라고 속삭이는 자책의 소리가 들리면, 그건 사보투어라는 걸 명심하라. 그리고 말하자. “나는 내가 추구하는 그런 부모가 될 거야. 한 번에 되진 않지만, 계속 노력할 거야.”
내 사보투어도 그 동안 다양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어떤
때는 영어실력을 비판하면서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어떤 때는 그런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기를 죽였다. 요즘도 종종 나오지만, 적어도 그게 나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오랜 사보투어의 잔소리 같은 거라고 알아보게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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