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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떤 방법을 썼을 때 가장 잘 배울까? 현실요법 상담을 창안한 미국의 정신과 의사 William Glasser는 학습하는 방법에 따른 실제 학습 효과에 대해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책을 읽거나 일방적인 강의를 들으면 보통 읽고 들은 것의 10~20%만 학습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눈으로 보고 들으면 50%까지 학습수준이 올라가며, 토론하면 70%까지 높아진다. 가장 높은 학습수준을 보이는 방법은 바로 배운 내용을 타인에게 가르치는 것인데, 배운 내용을 직접 가르치면 학습수준은 거의 95%에 달한다.

이 이론을 적용해 보면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할 게 아니라 배운 것을 누군가에게 가르칠 기회를 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보통 학교에서 쓰는 방법, 즉 책을 읽고 강의를 수동적으로 듣는 것이 가장 효과가 낮은 방법이라지 않는가. 물론 요즘은 수업에 시청각 자료를 보강하고,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포함시키고 있다. 일부는 토론식으로 가르친다. 하지만 여전히 일방적인 강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기가 받아들인 새로운 지식이나 생각을 가르칠 기회를 가지게 될까. 큰 아이가 다닌 중학교에서는 수학을 특이한 방식으로 평가했다. 시험을 치는 대신에, 분기마다 배운 내용을 각자 학급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했다. 처음엔 아이가 힘들어했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잦은 발표의 결과 수학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몰라도 1학년이 끝날 때쯤엔 파워포인트 파일을 다루는 실력만큼은 거의 전문가 수준이 되었다. 나중에 들으니 공부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둘째 아이가 어렸을 적 피아노를 배울 때였다. 집안일을 도와주시던 아주머니는 호기심이 많고 성격이 밝은 분이었는데, 아이에게 나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데 가르쳐달라고 하신 모양이었다. 한동안 아이는 그날 배운 것을 아주머니에게 가르치면서 즐거워했다. 둘 사이는 아주 친밀해졌다.

남에게 뭔가를 가르치려면 자신의 언어로 그 대상을 설명하고 재구성하게 된다. 그래서 확실히 자기 것이 되는 거다. 또 가르쳐 보면 내가 뭘 알고 무엇이 불분명한지 느끼게 된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안다는 것참 중요하지 않은가.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을 모르는지를 모르는 데 있다. 대충 아는 것, 어디서 들어 본 걸 진짜 아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 그 결과 정말 배울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 이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미국의 한 소설가는 어릴 적에 아버지가 날마다 저녁 식탁에서 오늘 배운 게 무엇이니?’라고 물어보고, 그걸 설명하게 했다고 한다. 이 질문은 예외가 없어서 어머니는 이웃집에서 들은 이야기라도 해야 했는데, 그것이 습관이 되어 이제는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스로 자문해본다는 것이다. “오늘 내가 배운 게 뭐지?” 라고. 작더라도 배운 것을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이렇게 습관처럼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